[문화칼럼/설도윤]문화산업 ‘주연’으로 떠오른 뮤지컬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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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뮤지컬은 명실상부한 산업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 ‘맘마미아’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뮤지컬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올해 뮤지컬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만큼 공연 시장이 커졌다.

2001년 약 800억 원에 불과했던 한국의 전체 공연 시장은 필자가 기획한 ‘오페라의 유령’이 관객 24만 명을 동원하면서 ‘뮤지컬 붐’이 일어났다. 내년에는 2000억 원 규모로 내다보고 있다니 성장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뮤지컬은 영화산업 이후 또 하나의 확실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형 작품의 경우 한 공연장에서 출연자 연주자 제작 기술 기획 마케팅 등 직접적인 업무 관련자 200여 명이 일을 한다. 공연에 연관된 외주 제작사를 포함하면 1000여 명의 식구가 수개월 동안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고용 창출 효과도 어느 산업 못지않다.

세계적으로 ‘오페라의 유령’ 한 작품을 1억 명이 보았고 매출은 5조 원을 넘었다. ‘오페라의 유령’ 제작사인 영국의 RUG는 공연을 바탕으로 극장 음반 필름 등 6개의 자회사를 운영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시도해 수익을 내고 있다. 공연장에서는 각종 기념품도 판매한다. 다양한 상품 개발과 판매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는 자국에 오는 관광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여 연간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뮤지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유럽도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공연을 문화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공연을 문화산업 콘텐츠로 인식할 필요가 절실하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비약적으로 커졌지만 대부분이 수입물이다. ‘명성황후’ 같은 대작도 있었지만 여전히 창작 뮤지컬이 부족한 것이다. 여기다 창작 뮤지컬은 무겁고 지루하거나, 아니면 가볍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선입견도 있다. 뮤지컬계의 큰 숙제다.

영국과 미국 등 세계적인 대도시에는 공연 문화가 집중돼 있다. 시장 원리로 따지자면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이 따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서울은 뮤지컬 전용 대형극장이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국립극장은 여러 장르를 모두 수용하고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 대관 공연은 쉽지 않다.

뮤지컬 장르의 특성상 장기 공연은 필수다. ‘맘마미아’를 시작으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작년부터 외부 제작사와 공동 기획한 공연에 대해 최장 3개월의 대관을 허용했다. 극장 대관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사례다.

대관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최근 제작사가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기 위해서는 2년 또는 3년이 걸린다. 현재 대부분의 극장은 대관 신청을 1년 전에 받고 심지어는 작품의 대관 결정을 수개월 전에 통보하는 바람에 부실한 공연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내셔널 시어터의 경우 수년간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뮤지컬을 적극 유치해 중장기 공연을 한다. 우리의 국공립 극장도 이 같은 시장원리와 문화산업 측면에서의 접근에 따른 대관 정책으로 부족한 상업예술 공연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공연계는 현재 많은 것이 미비하다. 개혁도 중요하고 문화정책의 큰 틀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당장 공연 현장에서 불합리한 문제점을 풀어가는 일이 문화산업을 한걸음 더 발전시키는 일이 아닐까.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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