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대연정 최종 협상 타결 고용-재정 ‘두 토끼’ 잡을까

  • 입력 2005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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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독민주연합(CDU)-기독사회연합(CSU)과 사회민주당(SPD)이 대연정 구성을 위해 진행해 온 정책 협상이 11일 타결됐다. 이로써 독일 역사상 두 번째 대연정이 출범하게 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예정자는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민당과의 정책 협상이 모두 타결됐다”면서 “이번 대연정은 독일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연정에 참여하는 정당들은 14일 전당대회에서 타결된 정책 협상을 추인할 예정이다. 이어 22일에는 의회에서 메르켈 총리 예정자를 총리로 공식 선출한다.

∇“허리띠 졸라매야”=메르켈 총리 예정자는 경제 정책을 설명하면서 “독일 국민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새 정책이 어디를 겨냥하고 있는지를 말해 준다. 대연정이 목표로 삼은 것은 크게 두 가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11%까지 치솟은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다.

연간 350억 유로(약 43조 원)에 이르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대연정이 내놓은 대책은 부가가치세 인상이다. 현행 16%인 부가세를 2007년부터 19%로 올리겠다는 것. 또 고소득층에 부과하는 부유세를 현행 최고 42%에서 45%로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늘어나는 세원의 70%는 재정적자 해소에 충당할 방침이다. 나머지는 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실업보험 부담금을 덜어 주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연금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정년퇴직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이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 예정자는 또 “대연정의 성패는 일자리 창출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대연정은 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선택했다. 해고가 까다로운 현행법을 기업주의 입맛에 맞게 고침으로써 더 많은 고용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현행법은 근로자를 고용한 지 6개월 뒤부터 해고 금지 의무가 발생하지만 대연정은 이를 2년으로 늦췄다. 고용주는 2년 안에 근로자의 결격 사유를 발견하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졸라맨다고 될까?”=4주간의 난항 끝에 합의된 새 경제정책은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세금을 내라’는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든 해고하겠다는 ‘회초리’도 담겨 있다.

그동안 사회주의적 전통 아래서 법과 복지정책의 보호를 받아 오던 일반 대중은 당연히 이에 반발했다. 대중지 빌트는 여론의 목소리를 빌려 “아무런 문제도 해결 못하던 정부가 또다시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비난했다.

UBS워버그증권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세금 인상의 여파로 구매심리가 악화되면서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기업주 측도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한 이득보다는 세금 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을 더 걱정하는 분위기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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