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세진 前 공정거래위원장, 에베레스트 등반도중 별세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1분


코멘트
‘해발 5500m 칼라파타르에서 지다.’

표세진(表世振·69·사진)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에베레스트 산 등반 도중 고산병(高山病)으로 숨졌다.

평소 지인들에게 “죽기 전에 히말라야에 오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던 그는 결국 꿈을 이뤘다.

표 전 위원장은 9일(한국 시간) 동호인 4명과 함께 네팔 동부 솔루쿰부 지역에 있는 해발 5500m의 칼라파타르 전망대에 오른 후 하산하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 관계자는 “표 전 위원장이 등반 목표 지점이었던 칼라파타르 전망대를 1000여 m 앞둔 지점부터 두통과 어지럼증 등 고산병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고산병은 해발 3000m 이상 고지대에 오를 때 기압 저하와 산소 부족으로 발생하는 병이다.

함께 산을 오르던 일행이 하산을 권했지만 표 전 위원장은 “목표 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끝까지 가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것.

그는 칼라파타르 전망대에 도착한 뒤 프랑스 등반대의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하산 도중 결국 숨졌다.

공정위의 한 직원은 “표 전 위원장은 공직에 있을 때는 물론이고 퇴직 후에도 등산을 즐겼다”면서 “특히 지난해부터는 국내 명산을 찾아다니며 이번 등반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며 안타까워했다.

경남 진주농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표 전 위원장은 옛 경제기획원 물가총괄과장, 공정거래실 심사관, 행정조정관 등을 거쳐 1994∼1996년 제8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생전에 원칙을 중시하는 성품과 청렴한 생활로 중국 송나라 때의 재판관 ‘포청천’의 이름을 딴 ‘표청천’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의 비서관이었던 채규하(蔡奎河)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고인은 후배 앞에서도 빈틈을 보이지 않는 ‘공직자의 교과서’ 같은 선배였다”고 말했다.

부인 배경수(裵庚秀) 씨 등 유족은 10일 장례 준비를 위해 네팔로 떠났다. 표 전 위원장의 시신은 평소 유언에 따라 현지에서 화장된 뒤 13일 고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발인 15일 오전 10시. 02-2072-2020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