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기’ 휘발유 값?… 소비자들 혼선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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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휘발유 값이 하루 사이에 들쭉날쭉하나요?”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가격 발표를 놓고 소비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불과 하루 사이에 제품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8일 휘발유 세후(稅後) 공장도가격을 L당 1397원에서 8원 올린 1405원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9일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가 휘발유 가격을 L당 1394원으로 5원 내리자 GS칼텍스도 10일 L당 5원 내린 1400원으로 다시 조정했다.

○ 기름값 어떻게 결정되기에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1996년 말까지 정부가 ‘고시가’를 책정했기 때문에 모든 회사의 가격이 똑같았다. 하지만 1997년 1월 1일 가격 자유화가 이뤄진 뒤에는 정유사들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유사가 마음대로 가격 변동 폭을 정할 수는 없다.

주정빈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팀장은 “가격을 너무 올리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너무 낮추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매주 정유사의 가격을 모니터링하며 시장 상황을 파악한다.

○ 왜 회사마다 가격이 다를까

정유회사가 매주 발표하는 것은 세후 공장도가격으로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준가격이다.

SK㈜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의 유종(油種)별 가격과 정제마진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해 매주 수요일 발표한다.

GS칼텍스는 허동수 회장이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가격조정위원회를 직접 주재해 가격을 정한다. 싱가포르 현물시장 제품 가격과 원유가 변동, 환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GS칼텍스는 지난주 두바이유가 배럴당 52달러에서 53달러로 1달러, 환율이 1041원에서 1047원으로 약 6원 오르자 가격을 인상했다가 이틀 만에 원유가가 떨어지자 가격을 다시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 가격 발표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기준가격을 발표하지 않고 매일 자율적으로 주유소 공급가격을 정한다”며 “국내에서도 실질적으로는 1주일 단위가 아니라 매일 공장도가격을 바꾸기 때문에 기준가격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주유소마다 땅값 등 입지조건에 따라 기름값이 천차만별이어서 정유회사들의 발표는 그야말로 ‘가이드라인’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정유사들의 가격 발표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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