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대통령, APEC 議長다운 모습 보이기를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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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국 정상이 모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8일 부산에서 개막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의장 자격으로 대규모 정상회의를 이끌어야 한다. 노 대통령이 참가국 정상들과 신뢰를 쌓고 국제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은 국익과 연결된다.

노 대통령은 사흘 전 “APEC에서 국가 내, 국가 간의 사회적 격차 완화 노력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외신기자들 앞에서 말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세계화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국제적 불평을 이달 들어 두 번째 듣게 됐다”고 보도했다. 첫 번째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고 그 다음이 노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반미·반세계화에 앞장서 온 사회주의 지도자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유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2000년 4100달러에서 지난해 4020달러로 줄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포퓰리즘 정치로 집권을 연장했지만 국민의 삶은 악화일로다. 세계은행은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 등을 이유로 꼽았다.

노 대통령의 이미지가 차베스 대통령처럼 ‘세계화에 대한 불평꾼’으로 굳어진다면 이는 국가적 불행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노 대통령은 무역자유화 촉진을 위한 보완책으로 사회적 격차 해소 노력도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부랴부랴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 사람들이 노 대통령에 관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언론이 왜곡했다”고 불끄기에 바쁜 것이 대통령에게나,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외국 언론이 노 대통령을 “세계화에 뒤처진 사람들의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하는 데 대해 해명보다는 자성(自省)이 급해 보인다.

노 대통령은 교역과 투자 확대 없이는 나라 경제와 민생을 보장할 수 없는 우리 처지를 깊이 헤아려야 한다. 국내 좌파 운동권의 한심한 반세계화 투쟁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 본인의 말마따나 2년여 뒤면 대통령은 바뀌지만 국민은 여전히 대외경제협력, 특히 주요 상대국들과의 협력에 목을 걸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이 책임감 있는 국가지도자라면 이 점만은 잊지 말고 부산 APEC 정상회의 의장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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