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北, 중국 경제에 예속되게 만들어야”

  • 입력 2005년 11월 7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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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黃長燁·사진)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7일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위해서는 북한 경제를 중국 경제에 예속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인터넷매체 자유북한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나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중국식 개혁 개방으로, 이는 곧 수령제도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 전 비서는 “심지어 김정일은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에 놓이는 것을 두려워해 초대소(별장)에 비치된 중국산 물품을 없앤 적도 있다”며 “가격이 비싸도 일본이나 유럽에서 물건을 사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북한을 중국식으로 개혁 개방시키는 것에 대해 중국도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래 중국은 자기들과 같이 개혁 개방을 하라고 북한 측에 계속 요구해 왔다”며 “특히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에는 아주 간절하게 요구했지만, 김정일이 25년 이상 개혁 개방을 반대하고 계속 수령절대주의를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 북한이 중국에 예속된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중국과 북한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중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친선관계 유지이지, 북한을 예속 시켜서 중국 영토로 만들고자 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황 전 비서는 오히려 한국 정부의 대북 경제원조가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가는 것을 막고 북한 독재체제를 강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경제적으로 원조를 해주면 해줄수록 북한은 더욱더 체제를 강화되고, 중국식 개혁개방은 자꾸 더디게 된다”며 “원조를 하지 말아야 하다못해 농촌개혁이라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선 한국의 경제 원조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적에게 압력을 가해서 빼앗아 온 승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소떼를 몰고 가도 원조가 아니라 진상을 바치러 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 전 비서는 끝으로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나가도록 하는 길은 외부의 압박 외엔 없다”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이나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리 자체의 힘을 강화하면서 국제적인 지원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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