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후원금 어디서 나오나]정치권-시민단체 반응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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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地緣)과 학연(學緣)은 천연(天緣)인가.’

본보 조사 결과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한국 특유의 정치문화 때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의원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이 기부금 모금 통로를 더욱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기부자의 신상을 더욱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특유의 정치 문화=고액 기부금 전액을 동향 출신에게서 받은 한나라당 권경석(權炅錫·경남 창원갑) 의원은 “서울이나 호남 사람 가운데 나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나를 아는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 기부금을 많이 받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극소수 의원을 빼면 대중적인 후원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지연이나 학연에 기대 정치자금을 받는 것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 한국 정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 측은 “현재 한국 정치를 이끌고 있는 양 정당은 대중정당이지 이념정당으로 보기 힘들다”며 “이 때문에 정책이나 이념보단 친분이 후원금 납부에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연합 이인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연 학연을 떠나 대중적인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전화자동응답시스템(ARS)을 활용하는 의원이 많지만 참여가 너무 저조해 상당수 의원이 이를 포기하고 있다”며 “들어오는 돈보다 관리 비용이 더 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사실 모르는 사람에게 후원금이 들어오면 ‘이 사람 무슨 청탁하려는 거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한 상황에서 대가성이 없다면 평소 쌓아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게 기부금 모집에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정책 차별성이 관건”=특정한 인맥 중심의 후원금 모금 방식을 탈피하기 위한 해법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전남 함평-영광) 의원 측은 “소액 기부를 유도하는 후원 행사를 많이 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소액 기부 시 세금공제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비례대표) 의원 측은 “학연 지연은 근본적으로 대가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정책 중심의 정치를 하면 자연스럽게 후원금이 들어오게 돼 있는 만큼 정당과 의원 스스로 차별화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최인욱(崔寅煜) 예산감시국장은 “정치인들이 정책 차별성이 약하니 특정 인맥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구조는 기득권 유지에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김민영(金旻盈) 시민감시국장은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후원금 기부자의 신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특정 인맥 중심의 후원금 모금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다”며 “특히 고액 기부자의 정보는 유권자에게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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