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70>雨(비 우)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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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는 갑골문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그렸는데, 금문에서 하늘이 둥글게 변했다. 농경을 주로 했던 고대 중국에서 ‘비’는 생존과 직결되었기에 雨가 기상을 대표하는 글자가 되었다. 예컨대, 雲(구름 운)은 피어오르는 구름(云·이를 운)을, 電(번개 전)은 하늘을 가르며 번쩍이는 번개(申·아홉째 지지 신)를 그렸는데, 이후 雨를 더해 雲과 電이 되었다. 雷(우레 뢰)는 번개(申) 칠 때 나는 천둥소리를 그렸으나 申이 雨로 바뀌었다.

또 雪(눈 설)은 갑골문에서는 雨와 羽(깃 우)로 구성되어 깃털(羽)처럼 사뿐사뿐 내려앉는 ‘눈’을 그렸는데, 소전체에서 雨와 彗(비 혜)로 구성되어 내린 눈을 비(彗)로 쓰는 모습으로 변했고, 해서에서는 손(又·우)만 남아 지금의 雪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霖(장마 림)은 비가 숲(林·림)처럼 쏟아지는 장맛비를, 霰(싸라기 눈 산)은 흩어져(散·산) 내리는 ‘싸락눈’을, 霹(벼락 벽)은 하늘을 가르며((벽,피)·벽) 내리치는 ‘벼락’을 말한다.

한편 가뭄은 농사에 치명적이었기에 기우제에 관한 글자들도 자주 보인다. 예컨대 雩(기우제 우)는 雨에 于(어조사 우)가 더해졌는데, 于가 입에서 나오는 말을 형상화한 것을 보면, 하늘에 비를 내려 달라고 애원하며 비는 제사를 말한다. G(비올 령)도 비가 오기를 여러 사람이 함께 입(口·구) 모아 비는 모습을 그렸고, 이러한 기우제를 주관했던 巫(무당 무)가 더해진 것이 靈(신령 령)이다.

또 需(구할 수)는 목욕재계하는 제사장의 모습이었는데, 기우제가 가장 중요한 제사였기에 자형이 雨로 변했다. 이후 이런 사람을 표시하기 위해 人(사람 인)을 더한 儒(선비 유)가 만들어졌고, 이들이 지식의 대표 계층이라는 뜻에서 ‘학자’라는 의미가 나왔다.

그런가 하면 (패,백)(覇·뜸 패)는 F(비에 적신 가죽 박)과 月(달 월)로 이루어졌는데, F은 가죽(革·혁)이 비(雨)에 젖어 ‘뿌옇게’ 변함을 말한다. 그래서 (패,백)는 달(月) 주위로 달빛이 뿌옇게(F) 형성되는 때를 말했으나, 이후 ‘(패,백)者(패자)’라는 뜻으로 가차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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