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영어 제시문 제외 등 논란

  • 입력 2005년 8월 31일 03시 06분


코멘트
교육인적자원부가 30일 발표한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은 그동안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출제할 때마다 제기된 본고사 논란 시비를 가리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교육부는 시안을 만들어 대학, 교원·시민단체, 언론계의 의견을 들어 보는 등 나름대로 객관적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교육부는 대강의 기준만 만들어 대학이 논술 출제의 원칙으로 삼게 하고, 개별 대학의 논술이 이 기준을 충족했는지의 판단은 논술심의위원회에 넘겨 논란의 중심에서 비켜선다는 방침이다.

주요 대학들도 논술가이드라인 제정 자체에는 못마땅해 하면서도 교육부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경우 법학전문대학원, 두뇌한국(BK)21사업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논술 기준은=교육부는 ‘논술은 제시된 주제에 관해 필자의 의견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하는 시험’으로 정의했다.

주어진 지문에 대한 이해력,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과 사고 내용에 대한 논리적 서술력 등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논술에 해당되지 않는 유형으로 △단답형 또는 선다형 문제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 과학과 관련한 풀이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등 4항목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이런 논술 유형을 비켜가면서 지식을 측정하는 아리송한 문제를 낼 경우 위반 여부 판정은 힘들어질 수 있다.

▽영어 제시문 제외 논란=주요 대학들은 논술에 영어 제시문을 일부 활용해 온 터여서 논술 기준 중 가장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교육부는 “국제화 시대에 영어 제시문도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았으나 이를 허용할 경우 수학 과학 지식을 묻는 문제를 막을 명분이 없고, 영어 능력을 평가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어 아예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제화전형 글로벌전형 등 외국어 능력 관련 논술에도 영어 제시문을 쓸 수 없게 된다. 영어 논술이나 영문 에세이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연세대는 2006학년도 1학기 수시 국제화전형에서 영어 지문을 주고 제시 주제에 대해 영어 1200단어로 에세이를 쓰라고 요구했다. 앞으로 이런 전형방식은 금지되는 것.

자연계는 수리논술에서 수학 과학 관련 풀이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가 금지돼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학 자율권 침해=대학들은 비공식으로 “세계 어느 나라의 정부가 논술을 이렇게 내라, 저렇게 내라고 간섭하느냐”며 “교육부의 조치가 과외 수요 억제나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논술 방식이 바뀌어도 출제 방향이 모호하고 예측하기 어려워 사교육 수요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더 많다.

서울 C대 관계자는 “고교에서 논술을 가르칠 수 없다고 아예 금지하면 학교 붕괴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일부 대학의 논술에 대한 논란은 줄겠지만 공교육 정상화와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Q: 가이드라인 위반때 수험생은 어떻게

A: 대학만 제재… 합격 - 불합격엔 영향 없어

Q: 적성-인성검사도 문제되나

A: 점수화해 전형요소 포함땐 위반여부 심의

Q: 논술 가이드라인은 언제부터 적용되나.

A: 교육인적자원부는 장관 자문위원회로 논술고사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2학기 수시모집의 논술 유형에 대해서도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1학기 수시모집 이전에 실시된 전형에는 소급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대학 측이 1학기 수시모집 논술 문제에 대해 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경우에는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Q: 논술 제시문에는 영문이 일절 포함되지 않게 되나. 고문(古文) 등 어려운 제시문 출제도 안 되나.

A: 교육부가 마지막까지 고심한 사항 가운데 하나가 영문 제시문 허용 여부다. 교육부는 영어를 예외로 하면 수학 등 다른 교과와의 형평성 논란이 우려돼 결국 영문 제시문을 불허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하지만 고문 등 한글 제시문에 대해서는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Q: 수학이나 과학 교과와 관련해 정답을 요구하지 않고 풀이과정을 통해 수학 또는 과학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를 논술고사로 볼 수 있는가.

A: 논술 가이드라인은 수학 과학 교과와 관련해 정답은 물론 풀이과정을 요구하는 문제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풀이과정이나 정답이 아닌,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수리논술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1학기 수시모집에서 고려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이 실시한 수리논술은 심의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존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Q: 심의 결과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것으로 판정된 경우 이 시험을 통해 합격하거나 불합격한 수험생은 어떻게 되나.

A: 심의 결과는 이미 시험을 치른 수험생의 전형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대학이 논술고사의 기준을 위반해 정부가 해당 대학에 개선을 요구하거나 제재를 하는 경우에도 이미 확정 발표된 사정 결과를 번복할 수 있는 근거는 될 수 없다.

Q: 일부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업적성검사나 인성검사와 같은 유형도 규제하나.

A: 적성·인성검사가 전형 과정에서 합격, 불합격의 자격기준으로만 활용될 경우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그 결과가 점수화돼 전형요소에 포함될 경우 본래 의미의 적성·인성검사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심의위원회가 심의하게 된다.

Q: 심층면접도 논술 가이드라인에 준해 규제하게 되나.

A: 심층면접도 논술에 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률적인 잣대로 판단하기 어려워 실제 심의가 이뤄지지는 못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구술 면접고사는 평가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비중 있는 전형요소로 활용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교육부 "이런 문제는 안돼요"

<1> 단답형 또는 선다형 문제

문제: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 )이라 한다.

①샛바람 ②높새바람 ③하늬바람 ④된바람

문제: 전 세계 언어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기본모음 3가지를 쓰시오.

<2>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문제: 대표값과 산포도에 대해 논하시오.

문제: 노동 3권을 설명하고 현대적 의의를 서술하시오

<3> 수학 과학과 관련한 풀이의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문제: χ에 관한 이차방정식 χ2―2aχ+2a2―8=0이 적어도 한 개의 양의 실근을 갖도록 하는 실수 a의 범위를 구하시오.

문제: 우리 몸은 호흡을 통해 조직에서 필요한 산소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호흡이 증가하여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증가하거나 호흡이 억제되어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감소하면 혈중 pH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pH의 변화를 인체는 호흡을 통해 조절할 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조절할 수 있다.

1.이산화탄소가 조직으로부터 폐로 운반되는 과정에 대하여 설명하시오.

…·

3.만약 심한 호흡 곤란으로 폐를 통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억제될 때, 인체는 어떤 방법으로 산-염기 평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설명하시오.

<4> 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문제: 다음 제시문을 서술(직역)하시오.

People volunteer in order to help other people in need. They also volunteer in order to “give back” to the community. This means that they want to help the people in their community who need help. However, volunteering is not only good for the community and those in need, but it is good for the volunteers, too.

문제: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내용을 토대로 본인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A] A basic principle applicable to all scientific disciplines, including economics and medical science, states that correlation does not necessarily imply causation. That movement of one variable is linked to another doesn't necessarily mean that one variable causes the other. Suppose, for example, you notice that wherever criminal activity abounds, more police patrol the street. Should you conclude from this evidence that police patrols cause criminal activity and recommend pulling police off the street to lower the crime rate? The answer is clearly no, because police patrols do not cause criminal activity; criminal activity causes police patrols. This situation is called reverse causation and can produce misleading conclusions when we interpret correlations.(후략)

[B] 아직 완전한 체계를 정립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은 보통 사람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과학의 꽃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경제논리는 가끔 왜곡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오류는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도 일치된 견해를 보이지 않는 경제학자들에 의해서 생겨난다기보다는, 경제논리를 막연하게 현실에 적용하는 데서 기인한다. … 잘못 사용된 경제논리의 또 다른 유형은 원인과 결과의 혼동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착각의 예는 물가의 불안정이 경제정책의 실패에 기인함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금시장의 투기자만을 탓하는 정책집행자의 단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자금시장의 투기자들이 정책집행자에게 현행 경제정책을 변경해야 한다는 암시를 종종 전해 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인과 결과의 혼동에 기인하는 경제논리의 오용은 평화의 사자(使者)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과 같다고 할 만하다.

<4>를 제외한 일부 문제는 대학의 기출 문제가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가 만든 문제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