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돌풍에 흔들리는 1050…주가 1,000까지 밀릴수도

  • 입력 2005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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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전망은 미국 일기예보에 달렸다.”

29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이런 자조적인 말이 나돌았다.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해 이달 들어 강한 지지선 역할을 했던 1,080 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최근 외국인투자가의 줄기찬 매도 공세에도 비교적 잘 버텼던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였다. 카트리나가 미국의 석유 생산 30%, 천연가스 생산 24%를 차지하는 멕시코 만에 진입하면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증시는 ‘유가 70달러 시대에도 종합주가지수가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상승 기조는 유지되나

전문가들은 일단 태풍에 의한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증시의 대세 상승 기조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에 의한 고유가는 일회적인 성격이 강하고, 유가 상승을 부추겼던 중국의 성장세도 최근 둔화되는 기미가 있다는 것이 이 같은 전망의 근거.

또 유가 70달러 시대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이날 주가 하락으로 ‘악재의 수명’이 다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유가 급등이 국내 증시에 조정의 계기를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5월 이후 3개월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200포인트 가까이 쉼 없이 치고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쉬어야 할 때가 되긴 됐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세 상승의 원동력 역할을 했던 풍부한 자금은 적립식 펀드 등의 영향으로 여전히 여유가 있는 편. 하지만 ‘굳이 지금처럼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주식을 살 필요가 있나’라는 심리가 확산되는 것이 주가를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이 30일(현지 시간) 발표될 소비자신뢰지수 등 미국 경제지표 악화에 직접 영향을 줄 경우 투자심리가 더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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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선까지는 각오해야

이달 들어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했던 1,080 선이 무너졌기 때문에 다음 지지선이 어디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대세 상승기의 조정이 10% 안팎으로 하락한 후 마무리됐던 것을 감안하면 지수는 1,030 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정 시점에 유가 급등까지 겹쳐 조정의 폭이 다소 커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고유가가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지수가 1,000 선 초반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수가 900 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수가 1,000 선 근처로 밀리면 바로 저가 매수에 나설 대기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

조정기간은 2주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9월 초순 지수 하락이 진정되면 중순부터 기존 상승 추세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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