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셋톱박스 ‘獨월드컵 특수’ 날개다나

  • 입력 2005년 8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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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셋톱박스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다른 정보기술(IT) 업체들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TV가 나온 2000년 초반 각광을 받았던 셋톱박스 제조업체들은 경쟁이 격화되면서 성장세가 한때 둔화됐다.

그러나 2006년 독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디지털TV 수요 증가와 맞물려 셋톱박스 업체가 높은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독일 월드컵 특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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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톱박스는 TV 위에 올려 두는 장치로 지상파 디지털방송이나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에서 내보내는 신호를 받아 디스플레이 장치에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한국에서는 휴맥스를 필두로 홈캐스트 토필드 현대디지탈테크 가온미디어 등이 대표적인 셋톱박스 제조업체들.

고화질(HD) 디지털방송의 경우 일반 아날로그방송에 비해 화질이 5배나 선명하고 16 대 9 비율로 영화관 같은 화면을 볼 수 있어 차세대 방송으로 꼽힌다.

우리투자증권 이승혁 연구위원은 “디지털TV 중에서도 HD급 TV가 일반화되고 있어 독일 월드컵과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며 “디지털TV 수요가 늘어나면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건 LG전자, 삼성전자 등이지만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업체나 셋톱박스 업체들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셋톱박스 제조업체들의 올해 상반기(1∼6월) 성적표는 괜찮다. 특히 개인용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PVR)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매출 비중이 늘면서 이익률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홈캐스트가 103%, 휴맥스가 91%, 현대디지탈테크가 80% 등이다.

○ 업체별 상황은 달라

휴맥스의 상반기 매출은 1469억26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삼성전자를 통해 미국 위성방송사에 납품하던 물량이 지난해 말 중단된 영향이 컸다. 또 LCD TV에 신규 투자하면서 체력이 약해졌기 때문. 하지만 하반기(7∼12월)에는 미국 방송사에 납품을 재개하고 LCD TV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도 모두 반영돼 전망이 좋은 편이다.

다만 2000년대 초반 20∼30% 수준이던 영업이익률은 대만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최근 10% 내외로 떨어져 성장 동력이 강하지는 않은 편. 현재 추진 중인 해외업체에 LCD TV를 납품하는 계약이 성사되면 셋톱박스와는 별도로 주가가 뛸 가능성도 있다.

홈캐스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실적도 좋다. 다만 2분기(4∼6월) 실적이 나빴는데 이는 네덜란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셋톱박스 공급 중단 때문. 4분기(10∼12월)부터 같은 방송사에 PVR 제품을 납품할 예정이어서 기대해 볼 만하다.

토필드는 독일 방송사에 대한 단독 PVR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디지탈테크는 셋톱박스 외에 무선원격검침기, 차량용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의 전망이 밝은 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김효원 과장은 “월드컵과 올림픽을 앞두고 셋톱박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다만 기업별 사정이 다르므로 투자 대상과 시점을 잘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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