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씀씀이 키워 국민에게 뭘 해줬나

  • 입력 2005년 8월 2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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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와 분배’를 내세워 정부의 헤픈 씀씀이와 이에 따른 국가채무 급증을 변명해 왔다. 그러나 방만한 재정 운용은 민간 투자와 소비의 위축, 다수 국민의 세금고(苦)와 생활고를 심화시켰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재정을 비효율적으로 헤프게 쓰는 정부 덕에 이득을 보는 계층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몇 년간 나랏빚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 씀씀이만 커지고 경제성장은 둔화된 탓이다. 재정경제부는 국채(國債) 발행액이 올해 상반기에만 24조9000억 원 늘면서 총 200조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3년 3월 100조 원에서 불과 2년 3개월 만에 2배를 넘은 것이다. 이창용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국채와 정부보증 채무를 합쳐 이미 30%를 넘었다고 추계했다. 대외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의심받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렇게 재정지출을 늘렸으면 서민의 살림살이라도 조금은 나아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빈곤층이 계속 늘어 400만 명을 넘어섰다. 대통령정책실조차 소득 불평등이 외환위기 때의 수준으로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주장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보다는 분배복지 예산을 더 늘리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양극화의 주요인은 투자 부진과 성장률 추락에 있다. 이를 반전(反轉)시키지 못한다면 복지 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고령화와 복지수요 급증에 따른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성장잠재력을 회복시켜야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성장잠재력을 좌우하는 설비투자가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0.5% 증가에 그쳤다. 대만은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5.6%에 달했다. 설비투자 부진은 기업의 수입(收入)뿐 아니라 재정 수입도 감소시킨다. 이런 상태에서 씀씀이만 늘리려 한다면 나라건 기업이건 파산할 우려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를 맞아 재정지출의 비효율적인 방만성을 걷어내고 장래의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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