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心과 동떨어진 盧정부 ‘2년 반 自評’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5분


코멘트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은 어제 노무현 정부의 전반기 국정운영 성과로 선거문화 개혁과 정경유착 단절, 권력기관의 탈(脫)권력화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완벽한 정부는 없다. 부분의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지역분할 구도에 바탕을 둔 정당체제와 경제 양극화(兩極化)가 ‘위기요인’이며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위기”라고 말했다.

김 실장의 발언 취지는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진, 청년실업 등 문제가 있지만 장기적 거시적 측면에서는 잘돼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실장의 ‘2년 반 자평(自評)’은 그의 말 그대로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정부의 위기’로 보인다.

국정 평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두말 할 나위 없이 ‘민생(民生)의 질을 어떻게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지난 주말 본보의 여론조사 결과, 노 정부 전반기의 경제 분야 운영성적은 ‘낙제점’인 44점이었다. 특히 전반기에 잘못한 일 중에 상위 4개 항목(부동산정책, 물가불안정, 빈부격차, 실업)이 경제문제였고, 임기 후반기 중점 분야에 대해 54%의 응답자가 ‘경제 회복’을 꼽았다. 이는 국민이 바라는 국정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김 실장의 호언(豪言)에도 불구하고 임기 후반 응답자 자신의 경제상황이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이라는 견해가 76%나 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불안심리는 현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정책운용과 섣부른 개혁에 따른 잘못된 국정우선순위 설정에 크게 기인한다.

이날 김 실장은 지역구도 해소 실패를 가장 중대한 성과부진 분야로 들었지만 여론조사에서 이를 주요국정과제로 꼽은 의견은 1.2%에 불과했다. 지역구도를 악화시키는 쪽은 오히려 정부 여당이다. 여권은 ‘X파일’ 정국 속에서 지역감정 해소가 아니라 지역감정에 영합하는 행태를 보였다. 최근의 법무장관, 국정원장, 대법원장 등 정부 요직 인사도 지역편중 시비를 낳고 있다.

바른 처방은 바른 진단 위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노 정부의 자평은 후반기 국정운영에 기대를 걸기 어렵게 만든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