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실장의 발언 취지는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진, 청년실업 등 문제가 있지만 장기적 거시적 측면에서는 잘돼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실장의 ‘2년 반 자평(自評)’은 그의 말 그대로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정부의 위기’로 보인다.
국정 평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두말 할 나위 없이 ‘민생(民生)의 질을 어떻게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지난 주말 본보의 여론조사 결과, 노 정부 전반기의 경제 분야 운영성적은 ‘낙제점’인 44점이었다. 특히 전반기에 잘못한 일 중에 상위 4개 항목(부동산정책, 물가불안정, 빈부격차, 실업)이 경제문제였고, 임기 후반기 중점 분야에 대해 54%의 응답자가 ‘경제 회복’을 꼽았다. 이는 국민이 바라는 국정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김 실장의 호언(豪言)에도 불구하고 임기 후반 응답자 자신의 경제상황이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이라는 견해가 76%나 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불안심리는 현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정책운용과 섣부른 개혁에 따른 잘못된 국정우선순위 설정에 크게 기인한다.
이날 김 실장은 지역구도 해소 실패를 가장 중대한 성과부진 분야로 들었지만 여론조사에서 이를 주요국정과제로 꼽은 의견은 1.2%에 불과했다. 지역구도를 악화시키는 쪽은 오히려 정부 여당이다. 여권은 ‘X파일’ 정국 속에서 지역감정 해소가 아니라 지역감정에 영합하는 행태를 보였다. 최근의 법무장관, 국정원장, 대법원장 등 정부 요직 인사도 지역편중 시비를 낳고 있다.
바른 처방은 바른 진단 위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노 정부의 자평은 후반기 국정운영에 기대를 걸기 어렵게 만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