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태훈]지리산 반달곰은 행복할까요

  • 입력 2005년 8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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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리산의 반달가슴곰들은 행복할까요. 그들은 과연 자유를 찾은 건가요. 인간이 오히려 그들을 구속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jjjjena’라는 누리꾼이 기자에게 보낸 e메일의 일부분이다.

최근 지리산에 방사된 북한산 반달가슴곰 ‘낭림32’가 올무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에서 들여온 나머지 반달곰 12마리 중 4마리의 행방이 묘연하다.

이들 몸에 부착된 전파발신기 배터리가 소진됐거나 발신기가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반달곰팀은 지난달 중순부터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어디에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다만 지리산의 한 계곡에서 반달곰의 배설물이 발견되면서 이 주변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달곰팀 관계자는 “수색팀을 늘려 최대한 빨리 포획해 전파발신기를 단 뒤 다시 방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가의 꿀을 훔쳐 먹어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연해주산 반달곰 한 마리도 포획해 지리산 깊숙한 산골에 옮겨 놓을 것”이라고도 했다.

반달곰은 사람과 가까이할수록 야생성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사람 냄새에 익숙한 반달곰을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한 곳에 다시 방사하겠다는 공단의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여기에 환경부는 이달 말 연해주 반달곰 6마리를 추가로 들여오는 등 반달곰을 앞으로 50마리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지리산 반달곰의 명맥을 유지하고 근친교배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10여 마리의 반달곰조차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상태에서 과연 개체 수만 늘리는 게 능사인지 의문이다. 반달곰 수가 늘어나면 인명사고의 위험도 커진다. 곰의 습격을 받아 사람이 숨지는 외국 사례가 국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단은 홈페이지와 지리산 입구의 안내문을 통해 ‘반달곰을 만날 경우 등을 보이지 말고, 계속 공격을 받을 경우 죽은 듯 엎드리라’는 기초적인 안전수칙만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환경부와 공단은 이제라도 반달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반달곰의 ‘이벤트성 복원’이 곰의 야생성을 잃게 하고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애물단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황태훈 사회부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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