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철수]헌법 무시하는 ‘법률가 대통령’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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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6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또 한번 위헌 시비가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국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한 범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고 하여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 헌법은 죄형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이나 참정권의 제한, 재산권의 박탈을 금지하고 있다. 이것도 인권이기 때문에 과거의 인권 침해를 구제하기 위하여 현재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위헌행위라고 비판되고 있다. 위헌이라는 비판이 일자 청와대는 형사적 소급 처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일보 후퇴했다.

문제는 노 대통령의 위헌 위법 발언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3년 10월에는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했다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사실상 기각 판정을 받았다. 2004년에는 “총선에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해 탄핵 소추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기각하면서도 대통령이 ①기자회견에서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위반했다. ②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고 현행 선거법을 폄훼하는 발언을 하여 위헌행위를 했다. ③재신임국민투표를 제안함으로써 법치국가이념 및 헌법 제72조에 위반하여 헌법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위헌 위법이기는 하나 면직할 만큼 중대한 위헌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기각한다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탄핵 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환영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요구하는 헌법 준수 의무는 태만히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들어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처음 듣는 이론”이라며 이의를 제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이후 입법 행정 사법 3부 요인 만찬에 헌법재판소장은 초청하지 않기도 했다. 이뿐인가. 헌법재판소 판결을 왜곡하여 청와대와 국회만 서울에 두고 행정부는 지방 이전을 하더라도 수도 이전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행정복합도시법을 만들었다.

2003년 취임 초의 여소야대 시에는 동거정부를 하라는 헌법학자의 제안을 무시하고 국회와 격돌하더니 이제 실질적 여대야소 상황에서는 동거정부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여소야대 때문에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하는가 하면 연정만 하면 정권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앞으로의 정국 운영에 있어 협조하지 않은 잘못을 야당에 전가하려는 위헌적인 발상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기능을 국회로 이관하겠다고 하여 헌법 제97조 감사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발언을 하였고, 감사원에 있던 부패방지기능을 빼앗고 공직부패수사처를 만들어 수사권까지 주려고 하였다. 살아 있는 국가보안법을 제대로 집행하는지도 의문이다.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도 422만 명을 사면하면서 특별사면이라고 우기고 있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이제 탄핵 소추를 당할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법률을 수호할 의무를 지고 있다. 대통령에게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다시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준법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통령의 언행은 사소한 것이라도 국민의 법의식과 준법정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현행…법을 경시하는 발언은 법률을 존중하고 집행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가벼운 위반행위라 할 수 없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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