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종전 60년… 엇갈린 관련국 표정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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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하자”15일 야스쿠니신사 본전 앞에 길게 늘어선 참배객들. 경내 곳곳에서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다’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참배하자”
15일 야스쿠니신사 본전 앞에 길게 늘어선 참배객들. 경내 곳곳에서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다’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신사참배 중지요구 시위대 우익단체서 車로 위협 해산▼

패전 60주년인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오전 11시 20분경 왕궁 근처 지도리가부치(千鳥ヶl) 전몰자 묘역을 찾아 헌화했다. 11시 50분경 지요다(千代田) 구 부도칸(武道館)에서는 총리와 일왕 부처, 유족 등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몰자 추도식이 열렸다. 일장기에 대한 예를 갖춘 뒤 ‘기미가요’ 제창에 이어 고이즈미 총리가 ‘통절한 반성과 사죄’ 담화를 발표했다. 이어 일왕은 ‘말씀’을 통해 “전쟁의 참화가 재발하지 않기를 국민과 함께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반성의 표현은 없었다.

오전 9시 반. 시민단체인 ‘평화유족회 전국연락회’ 회원 600여 명은 일본교육회관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중지하라”
15일 평화유족회 회원 200여 명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중단하라’며 도쿄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이들 중 200여 명은 “죽은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태평양전쟁 희생자들을 야스쿠니신사 합사명부에서 삭제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야스쿠니신사 근처에 이르자 국수주의 단체의 검은 승합차 여러 대가 일장기를 나부끼며 다가와 고함과 확성기로 협박했고 시위대는 해산됐다.

국수주의 단체 회원들은 이날 하루 20만 명 참배를 목표로 확성기를 통해 참배를 독려했다. 야스쿠니신사의 경내와 본전 앞은 참배객으로 인산인해였다. 곳곳에서 ‘외국의 내정 간섭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경내에서는 국수주의 단체가 모여 ‘종전 60주년 국민의 집회’를 열었다. 60년 전 쇼와(昭和) 일왕의 항복 방송이 재생되자 흐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여야당 소속 전직 중의원과 참의원 의원 83명이 이날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마이니치신문이 13, 14일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태평양전쟁에 대해 ‘잘못된 전쟁’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3%에 불과했으며 ‘어쩔 수 없었다’ ‘모르겠다’는 대답이 각각 29%와 26%로 나타났다. 역사왜곡 교과서가 최근 속속 채택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대중의 역사 인식 경향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中 “항일정신 잊지말자” 곳곳 강연회▼

중국 대륙은 15일 ‘항일전쟁을 잊지 말자’는 분위기로 전국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영 CCTV를 비롯한 전국 주요 방송에서는 일본군과의 전투 장면이 담긴 ‘혁명영화’가 이어졌고 항일전쟁을 기리는 논문 발표회와 당시를 회고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방영됐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14일 루거우(蘆溝)교 인근에서 열린 ‘항일 승전 60주년 기념 전시회’에 참석해 “중국인들은 항일 전쟁의 승리를 기려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가박물관은 10일부터 600여 점의 기록사진과 753점의 문물 및 사료 등을 모아 난징(南京)대학살 기념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런 항일 분위기는 다음 달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은 일본이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한 8월 15일보다는 일본군을 대륙에서 완전히 축출한 9월 3일을 ‘항일전쟁 승전 60주년 기념일’로 제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1945년 9월 9일 일본이 당시 국민당 정부에 정식 항복한 9·9절 기념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이날을 기념하지 않았으나 대만 야당들과의 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올해부터 대만 국민당과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한편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14일 북한 역사학회 허종호 회장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허 회장은 “일본의 역사왜곡과 죄상에 대한 회피, 사죄와 배상 거부는 모두 부도덕의 소치로, 실제 행동이 없이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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