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착촌 38년만에 철수 시작

  • 입력 2005년 8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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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0시를 기해 이스라엘 가자지구 유대인 정착촌 3곳에서 주민들이 빠져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유대인 정착촌 철수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유대인 정착촌 철수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정착촌을 건설한 이후 38년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중동정치 불안의 핵이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종식 여부가 주목된다.》

▽철수, 제대로 될까=이스라엘 정부는 일주일 전 가자지구 정착촌 가운데 모라그, 네차림, 크파르 다롬 등 3곳의 주민들에게 14일 밤 12시까지 집을 비우라는 퇴거 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이삿짐을 꾸리는 정착민에 한해 15, 16일 이틀간 유예기간을 주되 17일부터는 이스라엘군이 강제철거 작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21개 정착촌 전부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120개 가운데 4개 정착촌을 9월 말까지 4단계로 나눠 철수한다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철수 계획 중 1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샤론 총리의 철수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주민들도 있지만 정착민 85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가구당 20만∼30만 달러에 달하는 철거 보상금을 신청했다. 2000명(23.5%)은 이미 가자지구를 떠났다.

이스라엘은 무력 충돌에 대비해 4만 명의 치안병력을 투입했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무장단체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보안군 등 7500명을 배치했다. 그러나 철수를 반대하는 5000여 명의 이스라엘 국민이 이미 정착촌에 잠입해 끝까지 저항을 주도할 것으로 보여 이들과 정부군 간의 유혈 충돌이 예상된다.

▽시작일까, 끝일까=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2일 가자해변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철수를 승리로 규정하며 “오늘은 가자, 내일은 서안의 제닌, 그 다음은 (동)예루살렘”이라고 말했다. 제3차 중동전쟁으로 빼앗긴 팔레스타인 땅을 모두 원상회복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가자지구 정착촌 철수는 끝이 아닌 시작이란 뜻이다.

팔레스타인 최대 무장단체인 하마스도 “팔레스타인 영토의 한 뼘이라도 이스라엘의 점령상태에 있는 한 무기를 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샤론 총리는 어떤 평화협상에서도 요르단강 서안지역의 대부분과 동예루살렘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14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에게 둘러싸여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북부지역의 소규모 정착촌 4곳만 ‘당근’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착촌 철수 문제가 올해 초 아바스 수반 체제 출범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든 양측에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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