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단체 출신 우대합니다”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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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인사위원회가 민간인을 공무원으로 선발할 때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인정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쉽게 공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과거 운동권 경력자에 이어 시민단체 경력자도 더욱 각광받는 세상이 될 모양이다.

공무원 채용에서 경력을 따지는 것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험과 전문성을 판단하기 위함이다. 부정부패 감시나 환경운동 등 특정 목적을 위한 시민단체 활동 경력은 공직에 요구되는 업무 경험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 시민단체 경력이 공직에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의 잣대가 될 수는 없다.

‘유령 단체가 아닌 이상 모든 시민단체의 경력을 인정한다’는 발탁 원칙도 위험하다. 국내 시민단체는 2만5000개나 되며 활동 내용과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모두 인정하겠다는 것은 의도가 의심스럽다.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정부가 선호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공직에 매력을 느끼는 시민단체 사람들은 ‘친(親)정권, 친정부’로 더욱 확연하게 기울 것이 뻔하다.

정부의 목표는 정권과 이념적 성향이 같은 시민단체를 더 양산하고 그중에서도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을 정부 안으로 끌어들여 공무원 조직을 최대한 ‘코드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 산하 위원회의 상당 부분을 시민단체 출신으로 채우고, 정부 혁신이라는 구실로 시민운동가를 요직에 기용하고도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이미 많은 시민단체가 ‘정부로부터 독립적이면서 정부를 견제하는’ 소금 역할을 하기는커녕 정부와 밀월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국민은 이런 점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정치적 우군(友軍)’ 시민단체를 아예 제도적으로 이용하려고 시도한다면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이런 행태를 보이는 정부는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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