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호 귀환]엄마선장 콜린스 “환상적 임무였다”

  • 입력 2005년 8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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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귀환을 환영한다. 친구들.”(관제센터)

“돌아와 기쁘다. 팀원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아일린 콜린스 선장)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9일 오전 5시 11분(현지 시간) 캘리포니아 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 완전히 멈추자 지상 관제센터 관계자들과 콜린스 선장은 감격에 몸을 떨었다. ‘엄마 선장’인 콜린스 선장은 이어 ‘임무 완수’라는 말로 디스커버리호의 무사귀환에 마침표를 찍었다.

디스커버리호의 귀환은 바퀴가 활주로 위에서 완전 정지하기 전까지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과정이었다. 특히 귀환 과정은 7월 26일 발사 때 못지않게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우주왕복선 발사는 최종 순간 몇 분 전에도 취소할 수 있지만 귀환은 착륙 90분 전까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극도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우주왕복선은 대기권에 진입한 뒤 글라이더처럼 무동력 활강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을 놓치면 참사를 당할 수 있다.

NASA는 그래서 이번 비행을 ‘시험 비행(test flight)’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결국 서부로=NASA는 디스커버리호를 플로리다 주 케네디 우주센터로 귀환시키고 싶어 했다. 원래 발사 지점으로 다시 돌아오면 컬럼비아호 폭발 참사 30개월 만에 이뤄진 우주왕복선 성공 신화의 상징성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네디 우주센터 주변의 기상상태는 NASA의 바람을 외면했다. 첫 귀환 날짜로 잡은 8일엔 구름이 낮게 드리워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적어도 8km의 시야가 확보돼야 착륙을 허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전 4시 46분, 오전 6시 21분으로 잡힌 착륙 일정이 연이어 취소됐다. 결국 NASA는 콜린스 선장에게 지구궤도에서 하루 더 머물도록 지시했다. 승무원들은 “빨리 땅을 밟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다음날인 9일 NASA는 다시 케네디 우주센터 주변의 기상상태를 점검했다. 그러나 전날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착륙지점 근처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풍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NASA는 오전 5시 7분과 오전 6시 43분 각각 착륙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허사였다.

▽50번째 손님=NASA는 디스커버리호가 케네디 우주센터에 착륙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캘리포니아 주의 에드워즈 공군기지와 뉴멕시코 주의 화이트샌즈를 제2, 제3의 착륙장소로 각각 준비시켰다.

디스커버리호는 NASA가 발사한 제114차 우주왕복선. 지금까지 케네디 우주센터에는 61차례, 에드워즈 공군기지에는 49차례, 화이트샌즈에는 1차례 각각 착륙했다. 결국 자연은 에드워즈 공군기지를 착륙 장소로 낙점한 셈이 됐다.

이날 디스커버리호의 착륙으로 에드워즈 공군기지는 50번째의 우주왕복선을 맞았다. 다만 에드워즈 공군기지 착륙은 우주왕복선을 케네디 우주센터로 옮겨야 하는 후속작업이 뒤따른다. 우주왕복선을 점보제트기 위에 얹어 수송하는 데 100만 달러(약 10억 원)가 들어간다.

모래벌판인 화이트샌즈에는 1982년 컬럼비아호가 1차례 착륙했으나 착륙과정에서 모래먼지가 크게 일어났다. 이후 20년간 컬럼비아호 기체의 틈에서 모래입자가 발견돼 화이트샌즈는 착륙 장소로는 기피돼 왔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컬럼비아호 충격’ 2년반만에 극복▼

디스커버리호의 무사 귀환은 컬럼비아호 참사 이후 2년 반 만에 이뤄진 성공적 우주비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5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이번 디스커버리호의 두 날개에 달려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선 우주왕복선 무용론까지 나왔던 부정적 분위기가 다소 반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주탐사 역사상 최초로 시도된 ‘우주유영을 통한 선체 수리작업’이 미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우주탐사비전(VSE)’을 통해 2010년까지 우주왕복선을 대체할 차세대 유인우주탐사선을 개발해 2020년경 달을 우주 식민지화하고 그 이후에는 화성으로 향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제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탄탄대로가 펼쳐진 것만은 아니다. 당장 9월 22일로 예정된 또 다른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 발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디스커버리호 발사 이후 외부 연료탱크의 단열재 파편이 떨어져나간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우주왕복선의 단열재는 이전에도 문제가 됐던 것으로 그동안 NASA가 전력을 기울여 개선에 힘써 왔던 부분이다. 원인을 밝혀낸다 해도 다시 그것이 디스커버리호에만 우연히 있었던 문제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만약 우연한 것이라면 애틀랜티스호는 계획대로 발사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애틀랜티스호의 발사는 11월, 12월 혹은 내년으로 연기될 수 있고 심지어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자체가 조기 폐기되는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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