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형제의 난’ 2라운드 돌입

  • 입력 2005년 8월 9일 03시 10분


코멘트
‘형제간 분쟁’을 겪고 있는 두산그룹이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 사실을 스스로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박용성(朴容晟) 현 그룹 회장의 형인 박용오(朴容旿) 전 회장 측의 투서로 두산그룹에 대해 검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이뤄졌다.

두산그룹은 내년 말까지로 돼 있는 분식회계 자진신고 기간에 맞춰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용성 회장 측이 박용오 전 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꺼낸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용오 전 회장이 분식회계가 이뤄진 기간에 그룹 회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 분식회계 자진공개

두산산업개발은 8일 1995∼2001년 건설공사의 매출액을 앞당겨 잡는 방식으로 매출액 2797억 원을 부풀렸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어 분식회계 금액을 올해 상반기(1∼6월) 재무제표에 모두 반영하기 때문에 자본총액이 지난해 말 4982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2413억 원으로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 공개의 배경 논란

재계에선 이번 분식회계 고백이 본격적인 검찰 수사를 앞두고 박용성 회장이 꺼낸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95∼2001년은 박용오 전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두산산업개발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던 시기이다.

더구나 두산산업개발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출발점이 됐던 기업.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용오 전 회장 측은 지난해 말부터 두산산업개발을 손에 넣으려고 시도하다가 형제 오너들에게 포착되면서 7월 초 열린 가족회의에서 퇴출이 결정됐다.

박용오 전 회장은 이후 박용성 회장 등이 17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을 폭로해 현재 검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분식회계 공개는 박용오 전 회장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박용오 전 회장 측은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검찰 수사의 본질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두산상사BG 사장 김철중씨,두산베어스 사장 김진씨▼

두산그룹은 이날 김철중(金哲中·58) ㈜두산 부사장을 ㈜두산상사BG 사장으로, 김진(金珍·52) 부사장을 ㈜두산베어스 사장(그룹 홍보실 사장 겸임)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와 함께 ㈜두산의 이태희(李太熙) 부사장과 김병구(金炳求) 부사장을 각각 두산산업개발 경영지원본부 부사장과 레저부문 부사장으로 전보했고 김준덕(金俊德) 두산산업개발 부사장을 총괄 부사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1998년부터 7년째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고 있고 박용성 회장은 두산베어스의 구단주다.

이 때문에 박용성 회장의 측근인 김진 사장이 그룹 홍보와 두산베어스 사장을 겸임하게 된 것을 두고 KBO 총재인 박용오 전 회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용오 전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에서 밀려난 것은 KBO 총재로서 입지도 그만큼 약화됐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