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공종식]Made in Korea ‘스너피’의 힘

  • 입력 2005년 8월 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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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미국 아이들은 한국하고 북한이 헷갈리는 것 같아요. 이게 말이 되나요?”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며칠 전 밖에 나갔다 오더니 전한 말이다.

사정은 이랬다. 놀이터에서 미국 아이들과 같이 놀았는데 한국(Korea)에서 왔다고 했더니 ‘북한(North Korea)’에서 왔는지 ‘남한(South Korea)’에서 왔는지 다시 묻더라는 것이었다. ‘한국=남한’으로 생각하고 있던 딸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평범한 미국인들을 만나 보면 이들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이들에게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1위라고 설명해 주면 그때서야 “그래요?”라고 놀라면서 한국이라는 존재를 비로소 인정해 주기 시작한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를 방문했을 때 경험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미국에서 느끼기란 쉽지 않다.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그다지 높지 않다는 사실은 최근의 한 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국가브랜드 전문가인 사이먼 안홀트 씨와 미국계 세계적 마케팅 전문 조사기관인 GMI가 최근 공동으로 조사한 ‘안홀트-GMI 국가브랜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25개 국가 중 한국은 20위에 그쳤다. 브라질(15위), 멕시코(16위), 이집트(17위), 인도(18위), 폴란드(19위)보다 낮다.

미국과 유럽 등 부유한 10개국 소비자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특히 정부 부문이 나쁘게 나왔다. 한국 정부에 대해 ‘예측할 수 없는’ ‘사악한’이라고까지 말한 응답자가 많았다.

안홀트 씨는 이를 ‘북한과의 혼돈 현상’ 때문으로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의 일반인들은 남한과 북한을 헷갈려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북한 핵문제가 집중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한국 브랜드 형성에 미치는 북한의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USA투데이 등 미국 신문에서 1면에 등장하는 한국 기사는 사실상 북한 핵 관련 기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ABC, CBS, NBC, CNN 등 주요 방송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미국 언론에 사건이 발생했다. 4일자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이 일제히 1면에 서울대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개 복제 성공 기사를 보도한 것이다. 주요 방송들도 복제로 태어난 ‘스너피’가 뛰는 모습과 함께 황 교수 연구팀의 성과를 일제히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다음 날인 5일에는 별도 사설까지 할애해 “복제 분야에서 황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고임을 입증했다. 개 복제는 대단한 성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 교수팀은 윤리적 논쟁 여지도 남겨 놓았지만, 과학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이뤄 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음에 틀림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특정 개인이나 제품에 대한 호감도도 국가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LG전자의 휴대전화,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등이 평범한 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브랜드는 광고를 통해, 때로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경험을 통해 한국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조성한다.

미국 언론은 자신의 분야에서 개척자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 각계에서 ‘제2, 제3의 황우석 교수’가 계속 나와 한국 국가브랜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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