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경계를 지켜라”…한강경찰대 구조25시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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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경찰대 망원센터 대원들이 지난달 31일 밤 보트를 타고 한강을 순찰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특전사나 해병대 출신이다. 김미옥 기자
한강경찰대 망원센터 대원들이 지난달 31일 밤 보트를 타고 한강을 순찰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특전사나 해병대 출신이다. 김미옥 기자
《“거50, 거50. 양화사다리 남단, 선유도공원 쪽 50m 지점 익사체 발견, 익사체 발견.” 2일 오전 10시 25분 한강경찰대(대장 김종보 경정·40) 망원치안센터. 무전기를 통해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권태 망원1팀장(경위)을 비롯한 3명의 대원들이 용수철 튕기듯 순찰정(2t)을 향해 달려갔다. ‘거50’은 망원치안센터를, ‘양화사다리’는 양화대교를 지칭하는 경찰 음어.》

현장에 도착하니 베이지색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은 30대 남자가 엎드린 채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맨손으로 시신을 조심스레 인양했다.

감식반과 부검의가 도착하면서 현장에서 약식 부검이 이뤄졌다. 심하게 썩어 악취가 나지만 외상은 없다. 자살로 보인다. 대원들은 시신을 서울 마포경찰서 망원지구대에 인계하고 다시 치안센터로 향했다.

▽이어지는 투신=한강경찰대원들은 요즘 하루에 3, 4번씩 차가운 물에서 시신을 건져내야 한다. 지난해 한강에서 발생한 420건의 사고 중 구조는 132건, 익사체 인양은 288건이었다. 올해도 3일 0시 현재 183명의 익사자가 나왔다.

구조작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3일 오전 3시 50분경 양화대교에서 투신한 20대 여자는 큰 부상 없이 살려냈다. 그러나 2일 오후 7시 57분경 서강대교 남단에서 건진 80대 남자는 뇌에 손상을 입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등 4개 치안센터로 구성됐다. 한강에서 투신을 비롯한 사고가 크게 늘면서 순찰대가 지난달 27일 경찰대로 확대 개편됐다.

인원도 16명에서 30명으로 늘었다. 센터에는 팀장 한 명과 팀원 6명(1일 3교대)이 근무한다. 대원들은 대부분 ‘물개’다. 특전사, 해병대, 수중폭파대(UDT), 해난구조대(SSU) 등 특수부대 출신.

한강순찰대 시절부터 2년을 근무한 남기태 경장은 “30여 명을 구조하고 시신 70구를 인양했다”고 말했다.

▽구조의 어려움=아무리 담력 강한 대원이라도 사람인 이상 시신을 수습하는 데 무서움이 없을 리 없다. 수중 인양의 경우엔 특히 그렇다.

한강의 물속 시정(視程·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최대 거리)은 약 30cm. 강바닥을 더듬어 ‘물컹’ 하는 느낌으로 시신을 찾아야 한다. 초보자들은 그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 위로 올라온다.

대원들은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해 구조했는데도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소란을 피우는 사람을 대할 때 난감해 한다.

지난해 자살하려고 한강에 뛰어들었던 20대 여성을 구조했던 홍정표 경장은 “그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왜 살렸느냐며 때리고 꼬집어 당황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종보 대장은 “부임 후 투신자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 있어도 ‘참을 인(忍)’자를 한 번 더 가슴에 새기고 세상을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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