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승교수의 미디어 월드]향후 10년 미디어전쟁 시나리오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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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랜드 1위인 인터넷 검색 사이트 업체 구글. 1998년 등장 이후 채 10년이 안돼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10년 후는 더욱 충격적이다. 맷 톰슨과 로빈 슬로언이라는 두 명의 젊은 미국 온라인 저널리스트가 지난달 말 내놓은 ‘EPIC(Evolving Personalized Information Construct) 2015’라는 시나리오를 보면 그렇다.

블로그 인덱스에서 인기 링크 6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관심을 모은 이 시나리오가 대변화의 모든 것이 시작된 해로 꼽은 것은 2004년.

이해 소니는 전자종이의 대량생산계획을 내놓았고 구글은 기가바이트급의 G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본론은 2006년 구글이 티보, 블로거, 구글뉴스 등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서비스를 통합한 구글 그리드를 출범시키면서 전개된다. 저장 공간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모든 매체 간의 공유가 가능하며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게 되는 것.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종이보다 싼 소니의 ‘e페이퍼’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보트스터(Newsbotster)를 시작해 구글에 대항한다.

시나리오의 클라이맥스는 2008년 구글의 검색기능과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제언(recommendation) 기능을 통합한 구글존의 탄생이다. 2010년 구글존은 긴 전쟁 끝에 MS를 패퇴시킨다. 2011년 뉴욕타임스는 구글존이 기존 뉴스에서 사실정보를 자동 추출해 주는 검색기능이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소송을 제기하지만 법원은 구글의 손을 들어 준다. 2014년 구글존은 EPIC를 시작한다. 혼돈 상태의 미디어들을 걸러줄 뿐만 아니라 개인미디어를 이용해 누구나 뉴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 구글존은 이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에게 원고료를 지불한다. 여기서는 뉴스를 갈무리하는 뉴스마스터가 실권자다. 2015년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전략을 포기하고 엘리트층과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신문 발행으로 돌아간다.

EPIC 시나리오의 핵심은 정보의 개인화다. 비판적 입장에서는 사회분열이라는 파편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염려한다. 맞춤형 정보생산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정보의 점수를 매기는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업주의가 편승할 수 있는 대목이자 디지털시대의 공익으로 사회통합이라는 전통적인 미디어의 사회기능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시나리오대로 갈 것 같지는 않다. 7월 27일 프루덴셜리서치는 고급지(紙)의 부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내놓았다. 7월 28일 MS는 단순히 링크만 제공하는 구글의 검색기능을 넘어 질문에 대답하는 내용제공 검색기능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존의 ‘검색+제언’전략이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두 사례의 시사점은 간단하다. 컴퓨터 연산기능이 지배하는 정보의 세계는 얼마 가지 않아 한계에 부닥치고 인간의 지적 손질이 다시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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