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성기 5초간 노출…사상초유 방송사고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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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MBC TV ‘음악캠프’에 출연한 ‘럭스’ 멤버 중 한 명이 입고 있는 티셔츠가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 문양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럭스의 한 멤버는 “그 셔츠는 파시즘,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영국 펑크밴드 ‘the clash’의 티셔츠로 제국주의를 조롱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MBC TV 화면 촬영
지난달 30일 MBC TV ‘음악캠프’에 출연한 ‘럭스’ 멤버 중 한 명이 입고 있는 티셔츠가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 문양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럭스의 한 멤버는 “그 셔츠는 파시즘,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영국 펑크밴드 ‘the clash’의 티셔츠로 제국주의를 조롱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MBC TV 화면 촬영
생방송 도중 남자 출연자가 무대에서 옷을 벗고 성기를 노출시

킨 장면이 5초가량이나 방송되는 한국 방송 사상 초유의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달 30일 오후 4시 15분경 MBC TV 가요 프로그램인 생방송

‘음악캠프’의 ‘이 노래 좋은가요’코너에서 5인조 펑크 록 밴드 ‘럭스(RUX)’가 노래를 부르던 도중 함께 무대에 오른 퍼포먼스 멤버 오모(20) 씨와 신모(27) 씨가 갑자기 바지를 내리고 춤을 췄다.

이들은 노래 간주 부분에 무대 앞쪽으로 뛰어나와 한사람은 아래위가 붙은 옷을 발목까지 벗어 내리고 한사람은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시킨 뒤 껑충껑충 뛰면서 춤을 췄다. 이 모습은 5초 동안 그대로 생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 연령 제한이 없으며 청소년들이 많이 시청한다.

얼굴은 왜 가리나
지난달 30일 MBC TV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성기를 노출해 파문을 일으킨 인디 밴드 ‘카우치’ 멤버 오모 씨와 신모 씨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

이날 성기를 노출시킨 오 씨와 신 씨는 인디 밴드(방송보다는 대학가 앞 클럽 등에서 주로 활동하는 언더그라운드 밴드)인 ‘카우치’의 멤버.

방송 직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된 이들은 “분위기가 가라앉는 걸 띄우려고 즉흥적인 돌출 행동을 했을 뿐 사전에 준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MBC 관계자는 △카우치 멤버들이 처음부터 얼굴을 식

별할 수 없게 진한 화장을 했으며△속옷을 입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사전에 계획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음악캠프’의 제작을 맡은 박현호 PD는 “출연 전에 이들이 대기실 등에서 담배를 피워 주의를 줬지만 사전에 세 차례 실시한 리허설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밴드 ‘럭스’가 함께 공연하는 팀이라며 데려와 출연시켰는데 이들이 누구인지는 사전에 검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노래 좋은가요’는 문화의 다양성을 넓히라는 시민단체 등의 요청을 받아들여 4월에 만들어진 코너로 문화전문가의 소개를 받아 1주일에 1팀씩 언더그라운드 그룹을 소개해왔다. 밴드 ‘럭스’를 소개한 대중문화평론가 박준흠(43)씨는 “이들은 ‘평소 하던 대로 공연했다’고 하지만 클럽에서 성기까지 노출하는 인디밴드는 없다”고 말했다.

이 사고 직후 ‘음악캠프’ 홈페이지의 ‘시청자 의견’ 코너에는 1만건이 넘는 항의성 댓글이 올랐으며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문제의 장면을 담은 동영상과 TV화면 촬영 사진도 인터넷에 마구 유포됐다.

MBC는 홈페이지와 이날 오후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MBC는 31일 오전 최문순(崔文洵) 사장 주재로 비상대책위원회

를 열어 ‘음악캠프’를 중단하고 제작 관계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키로 결정했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31일 “4일로 예정된 연예오락심의위원회를 1일로 앞당겨 ‘음악캠프’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30일 신 씨와 오 씨를 조사한 뒤 “사전 계획된 행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을 공연음란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일단 귀가시켰다. 경찰은 두 사람에 대해 마약류 등 약물검사를 실시했으나 1차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정밀조사를 위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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