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곳곳 ‘구멍’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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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부터 시행될 주식백지신탁제 법안 곳곳에 허점이 많아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라는 당초 입법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이 제도는 직무관련 주식을 보유한 공직자가 공익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요령’만 부리면 얼마든지 주식신탁 자체를 피할 수 있는 데다 반드시 신탁해야 하는 주식의 ‘직무관련성’ 역시 모호하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개정된 공직자윤리법 및 입법 예고된 시행령은 우선 시가 3000만 원 이하의 주식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얼마든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금융기관에서 제시한 신탁상품 개발이 가능한 최저금액이 3000만 원이어서 더 이상 기준을 낮출 수 없었다고 설명하지만 고위공직자의 직무수행 공정성 및 중립성 확보라는 당초 취지는 그만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또 시가 3000만 원 이상의 직무관련 주식을 갖고 있더라도 주식 명의를 직계 존비속의 이름으로 바꿔 고지를 거부하면 그만이다. 물론 명의를 이전받는 사람이 자신과 생계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지만 대상자가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시행령이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업무의 범위를 상당히 엄격하게 해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행령 27조 6항은 직무관련성의 범위를 모두 보유 주식과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인정될 때로 한정해 놓았다.

이는 물론 예시규정이긴 하지만 이를 근거로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직무관련성을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공직자들의 보유 주식 가운데 백지신탁 대상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소속 상임위원회만 바꾸면 얼마든지 백지신탁을 피해 갈 수 있다. 또 상임위가 달라도 직무 수행과정에서 얼마든지 주식에 대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장차관 등 1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도 부처 간 정책협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자신이 보유한 주식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국회의원이나 고급 공무원들에 대한 직무관련성을 좀 더 포괄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창우(河昌佑) 변호사는 “이런 식으로 쉽게 고지 거부가 가능하고 또 상임위 이동만으로 국회의원들이 쉽게 백지신탁을 피해 갈 수 있다면 백지신탁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고위공직자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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