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朴씨 “출국 뜻 전하자 MBC기자가 티켓 예약”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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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X파일’을 유출한 재미교포 박인회(58) 씨의 변호인인 강신옥(姜信玉) 변호사는 28일 “박 씨가 당초 8월 14일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25일경 MBC 이상호(李相澔) 기자에게 전화를 해 ‘분위기가 이상하니 나가는 게 좋겠다’고 하자 이 기자가 동의하며 항공권을 예약해 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변호사는 “박 씨는 자신의 생각과 달리 MBC 기자가 미국까지 동행하려 하자 공항에서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하는 도중 국정원 직원들이 나타나 연행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도청 테이프와 관련해 강 변호사는 “이 기자가 지난해 12월 테이프를 받기 위해 뉴욕으로 갔으나 박 씨가 서울에 있는 한 지인의 집에 테이프를 보관 중인 사실을 알고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며 “그 후 박 씨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때 항공료를 이 기자가 부담했다”고 말했다.

또 강 변호사는 “1999년 9월 박 씨가 이학수(李鶴洙)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에게 녹취록을 보여 주자 이 본부장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 똑같은 게 또 있습니다’고 말했다더라”고 전했다.

강 변호사는 변호인 자격으로 검찰에서 박 씨를 두차례 면담했다. 강 변호사는 “13대 국회의원 시절 뉴욕을 방문했을 때 처음 박 씨를 만났으며 박 씨는 내 정치적 후원자 비슷하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박 씨가 친구인 이모 씨에게서 국정원 직원 임모(58) 씨를 소개받았다”며 “임 씨가 국정원 복직을 희망한다고 해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거론하며 ‘좋은 정보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임 씨가 공운영 씨를 소개해 줬다”고 전했다.

이후 박 씨는 공 씨에게서 받은 도청 문건을 갖고 임 씨와 함께 박 장관을 찾아가 전달했으며, “청와대에 자리 하나 어떻게 안 되겠느냐”고 부탁하며 임 씨의 이력서를 함께 건넸다는 것.

강 변호사는 또 “박 씨가 박 장관에게 ‘모 공기업에 납품하는 이 씨를 잘 부탁한다’고 하자 박 장관이 ‘전화를 해 놓을 테니 찾아가 보라’고 말했다더라”고 전했다.

박 씨는 1999년 삼성그룹 임원을 최소한 세 번 이상 만난 얘기도 강 변호사에게 털어 놨다.

이 본부장과 처음 만나 얘기를 할 때는 흥정이 잘될 것 같았는데 나중에 두 차례 만난 모 변호사가 고압적으로 나와 일이 잘 안됐다는 것.

한편 MBC 관계자는 이 같은 박 씨의 주장에 대해 “박 씨가 26일 출국해야 되겠다고 말해 마지막 인터뷰를 하기 위해 취재기자를 따라가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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