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내달부터 폐전기전자제품 생산자가 회수책임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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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북미 지역과 함께 국내 전자업계의 양대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유럽시장에서 약 13조4000억 원, LG전자는 약 4조4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유럽 시장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나라마다 소비자의 입맛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음 달 13일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폐전기전자제품(WEEE) 처리지침’을 시작으로 환경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다 쓴 제품, 생산자가 책임

국내 전자업계의 연간 유럽 폐가전제품 처리 비용 예상 (단위: 억원)
제품명삼성전자LG전자
냉장고172190
에어컨10150
세탁기1085
주방가전9070
일반 모니터150124
브라운관 TV30090
오디오3050
액정표시장치
(LCD) 모니터
3545
VCR4025
LCD TV1020
PDP TV520
프로젝션 TV1020
노트북0.40.11
휴대전화0.240.31
합계862.64889.42
삼성전자는 2003년, LG전자는 2004년 유럽시장 매출액을 기준으로 계산(자료: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WEEE 처리지침의 핵심은 수명이 다한 전자제품을 생산자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다 쓰고 나면 생산자는 의무적으로 이를 회수해 재활용해야 한다.

제조업체가 직접 수거하고 처리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현지 재활용 업체와 계약을 하고 이를 대행하게 한다. 이때 비용이 발생한다.

본보가 산업자원부 산하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에 의뢰해 계산한 연간 예상비용은 삼성전자 862억 원, LG전자 889억 원이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도 최근 비슷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20일 발표한 ‘새로운 무역규제-유럽연합(EU) 폐제품 재활용 제도의 대응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지난해 국내 전자업계는 유럽 지역에 143억3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는데 예상 재활용 비용은 최소한 1억8600억 달러(약 1860억 원)라고 추정했다.

연구소는 수출액이 연평균 30%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2007년에는 처리 비용이 4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팔린 제품도 문제

WEEE에 따르면 다음 달 13일 이전에 판매한 제품의 처리 비용은 유통업자나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게 돼 있다.

대신 처리 비용을 13일 이후 팔리는 제품에 떠넘기도록 돼 있다. 따라서 13일 이후 판매한 냉장고의 가격표에는 제품 가격과 함께 기존에 팔렸던 제품의 재활용에 드는 비용이 함께 표시된다.

겉으로 보기엔 전자업체의 부담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제품 가격이 갑자기 올라가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업체들은 “현지 딜러나 소비자와의 관계를 감안할 때 갑자기 제품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당분간은 과거에 팔린 제품을 처리하는 비용도 업체들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 비용이 더해지면 업계의 부담은 수백억 원씩 늘어난다.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삼성전자 고객만족(CS)경영센터 서영진 차장은 “모든 전자업체가 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특정 회사에 불이익이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똑같은 조건이라도 남들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제품의 무게를 줄이는 일이다.

국내 전자업계는 같은 무게라도 가격이 비싼 고급(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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