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토닥거리던 쌍둥이, 도깨비 만났네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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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영과 사리영/이영희 글·이진경 그림/103쪽·7000원·바우솔(초등 1∼3학년)

어렸을 때 같은 반 친구인 쌍둥이 형제를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얼굴이 똑같으면 동네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며 장난을 칠 수 있을 텐데. 옷도 바꿔가며 두 배로 입을 수 있잖아?”

그러나 쌍둥이들은 싫다고 했다. 친구들이 이름을 바꿔 부르거나, 동생인지 형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것 모두 다. 옷도 자기 옷만 입는 게 좋다나.

다른 쌍둥이들은 어떨까. 이 동화책에 나온 쌍둥이 자매 얘기로 들어가 볼까?

아리영과 사리영은 작은 마을에 사는 쌍둥이 여자 아이. 살짝 웃으면 왼쪽 뺨에 보조개가 쏘옥 파이는 것까지 똑같다.

버릇도, 생각하는 것도 똑같으니 다툴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실제론 둘은 툭하면 싸운다. 가게 놀이를 하다 ‘별님 약국’ ‘별님 의상실’이란 이름을 지어놓고 ‘내 거 베낀 거지!’하며 툭탁거린 적도 있다.

오늘은 만 일곱 살이 되는 생일날. 어머니는 미역국을 끓이시고, 예쁜 색동저고리와 다홍치마를 입히셨다. 예쁜 옷을 입으면 의젓해지기 마련.

한참은 점잖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주신 생일 선물인 헝겊 인형. 보라색과 노란색 중에 노란색이 좋다며 서로 다투다 그만 인형 팔을 찢고 말았다.

“이런 못된 것들이 있나, 오늘은 생일이니 매는 못 때리겠고, 창고에 가둬야겠다.”

그런데 웬일일까. 창고에 놓여있던 옛날 장롱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네.

빛이 흘러나오는 곳은 마을을 그린 옛날 지도. 유난히 커다랗게 그려진 나무 그림 옆에, ‘이 집’이라고 쓰여 있다. 나무를 두고 ‘이 집’이라니? 새나 다람쥐가 그린 지도일까?

그렇게 해서 쌍둥이 자매의 모험은 시작된다. 오래된 나무에서 도깨비를 만나고, 도깨비가 자매를 따라 쌍둥이 고양이로 둔갑하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모조리 들려줄 수는 없을 테니, 세월이 지나 도깨비로부터 받은 편지만 들여다보기로 하자.

“아리영, 사리영 보아라. 염려해 준 덕분에 집에 잘 왔다. 곤란을 겪은 것이 있다면 쌍둥이로 둔갑한 일이었지. 서로서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하고, 하기 싫은 일은 미루려다 여러 번 싸웠거든. 그래서 지금은 도로 한몸이 되어 살고 있단다. 그런데 둘이 있다가 혼자 지내니 쓸쓸하구나.”

혼자 자라는 요즘 아이들, 이웃집 친구와 살갑게 지내다가도 금세 마음이 안 맞아 토닥거리기 일쑤다. 혼자서는 모든 것을 ‘독점’할 수 있지만 여럿이 서로 배려하면 ‘독점’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음을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글쓴이는 일본 옛 노래집인 ‘만요슈(萬葉集)’ 연구로 널리 알려졌지만 창작 동화집도 31권이나 냈고 대한민국 아동문학상, 소천문학상 등을 받았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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