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 21]광복 60년과 한반도: 분단을 넘어 평화통일로

  • 입력 2005년 7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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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 부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와 한국정치학회 공동 주최로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차 한국정치 세계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6자회담과 한미 동맹 등의 이슈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동아일보사 부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와 한국정치학회 공동 주최로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차 한국정치 세계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6자회담과 한미 동맹 등의 이슈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동아일보사 부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와 한국정치학회가 ‘광복 60년과 한반도: 분단을 넘어 평화통일로’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제7차 한국정치 세계학술대회’가 14,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학술대회에 참가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과 미국의 현격한 견해 차이 및 중국이 갖고 있는 대북(對北) 레버리지(지렛대)의 한계 등으로 인해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또 한국과 미국 간의 갈등이 양국관계를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 또는 전환기의 현상인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6자회담…“北핵포기 약속해도 美철저검증 요구할 것”▼

중국 푸단대 미국학센터의 왕이웨이(王義P) 교수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렛대 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진전을 이끌어 내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적 인센티브와 정치적 호소, 군사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며 중국의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켄트 콜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최근 워싱턴 분위기가 강경기류에서 ‘일단 지켜보자’는 쪽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한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론 6자회담이 성공하리라 보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아직 (핵 포기에 관해)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결국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만약 구두로 핵 포기를 약속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아주 철저한 검증을 요구할 것”이라며 “결국 이 문제가 유엔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태현(金泰炫) 중앙대 교수는 “북핵 문제가 최근 2년 여간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미국이 대북 협상 임무를 중국에 넘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미동맹…“동북아 균형자論등 미국과 멀어지고 있다”▼

로버트 듀자릭 일본외교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내 보수 및 진보인사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동북아균형자론 발언 등을 들어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미국 아태안보문제연구센터 연구원은 “한미 관계가 변하는 것은 한국이 성숙한 동반자적 동맹국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의 반미 감정을 우려하는 이들은 1980년대 5·18민주화운동 직후 등 과거에 현재보다 더한 한미 갈등이 존재했던 사실을 망각했거나 역사적 배경에 무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의 반한 감정도 지나치게 과장됐다”며 “이라크전쟁에 반대했던 프랑스에 대한 반감 때문에 미국 내에서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가 ‘프리덤프라이’로 불린 적은 있지만 아무도 ‘코리안바비큐(갈비)’를 ‘프리덤바비큐’로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우상(金宇祥) 교수는 “한미 동맹이 일종의 갈등 구도 속에 놓여 있더라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점에 기반을 두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한 정부 측의 설명은 매번 달랐고 이 같은 점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듀자릭 日외교硏 연구원 “워싱턴-군부에 대한 영향력 감소 불러”▼

“주한미군 감축 등은 한미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해도 미국의 대응은 제한적일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로버트 듀자릭(사진) 일본외교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연일 파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15일 그를 별도로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미국이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는데….

“그렇다. 파키스탄 모델 또는 이스라엘 모델을 생각해 보면 된다. 미국은 원치 않지만 북한의 핵 보유 사실 자체를 이미 인정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이스라엘 핵무기 보유와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 같은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북한이 ‘모종의 핵(nuclear something)’을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또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전쟁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험해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대북 선제공격을 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면서 매일 패배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에 기반을 두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적 판단이 가능한 것이다.”

―6자회담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비관적 시각 아닌가.

“우리는 핵보유국 북한과 공존할 수 있다. 김정일은 대량살상자지만 비합리적인 인물은 아니다. 그는 만약 한국과 미국, 일본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바로 보복에 나서고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난다는 점을 그는 알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을 비판한 이유는….

“현지 상황에 익숙한 지상군만이 수행할 수 있는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한미 동맹에 관한) 미국 내 영향력은 주한 미국대사보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더 크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군부 내에서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주한미군의 규모가 감축되면 워싱턴에 대한 주한미군 인사의 영향력 또한 미미해지게 된다.”

▼자유토론 뜨거운 설전▼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분과별 주제발표 후 마련된 자유토론 시간에도 민감한 사안에 관해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주최 측은 학자들 외에 방청객으로부터도 즉석 질문을 받아 활발한 토론을 유도했다.

14일 ‘북핵문제 관련 중국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한 왕이웨이 푸단대 미국학센터 교수는 자유토론 시간에 “중국이 왜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방청객으로부터 받고 격앙된 어조로 반론을 폈다.

왕 교수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원은 의사가 병든 환자를 돌보는 인도주의적인 성격”이라며 “만약 모든 경제 원조를 다 끊어버려 북한 주민들이 참담한 상황에 내몰리면 그때는 또 중국을 살인자로 몰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잠시 긴장이 흐르기도 했다.

이어 로버트 듀자릭 일본외교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미 북한의 핵 보유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이는 파키스탄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과 비슷한 것으로 ‘파키스탄 모델’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켄트 콜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만약 이 자리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있다면 강하게 반론을 폈을 것 같다”며 “흥미로운 분석이지만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미비하다”고 반박했다.

‘북한과 동북아 안보’에 관해 주제발표를 한 일본 고베(神戶)대의 기무라 간(木村幹) 교수는 “일본 학회에서는 이처럼 즉각적인 질문과 토론이 활발하지 않다. 오늘처럼 어려운 학회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14일 개회식에선 양병기(梁炳基) 한국정치학회 회장과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사 사장이 각각 개회사와 환영사를,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김 의장은 연설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100년 전, 60년 전 한반도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100년 후, 60년 후의 미래를 바라보는 대토론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리=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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