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호섭]‘중대 제안’ 약효 있을까

  • 입력 2005년 7월 18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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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12일 발표한 200만 kW 대북 전력 지원의 ‘중대 제안’에 대해서 북한에는 다음과 같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중대 제안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선택이다. 즉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핵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북한이 이번 기회에 내리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 핵시설에 대해서 사찰과 검증을 실시하며, 미래의 핵포기 결단을 존중하고 과거에 있었던 핵무기 개발 기도에 대해서 관용하여야 한다. 우리는 전력 지원을 포함하여 북한의 경제 재건을 실질적으로 도우면서, 대북 지원을 위한 국제 협조 체제를 주도한다. 남북한 간 군사적 위협에 대한 신뢰 구축 조치도 단계적으로 병행하며 한반도의 실질적 통일을 위해서 준비 단계로 이행한다. 북한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며 한반도 통일도 국제사회의 축복 속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이러한 선택은 대북 포용정책이 상정하는 북한의 변화 모습이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통 큰’ 선택을 북한 지도자가 스스로 하기를 촉구하고 기대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대착오적 왕조국가의 지도자가 단기적으로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제사회와의 개방체제하에서는 자신들의 생존과 지위가 보장되기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중대 제안을 완전히 거부하는 선택이다. 지금까지의 대미 대결 자세를 지속하며 6자회담에서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일체의 지원을 거부하며 주체사상과 선군정치의 구호 아래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고 대북 경제 제재를 시행할 것이다. 북한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면 안보리의 결의하에 미국이 군사적 제재까지 검토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는 다시 한번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 국내 정치는 한미동맹 중시파와 자주외교파로 나누어져서 국론의 분열은 극에 달할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실제로 유엔 결의하에 군사적 제재가 실시되면 북한 체제와 지도자는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된다는 사실이다.

2월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서와 같이 북한이 때때로 보였던 모험적인 노선이지만, 6자회담에 나오겠다고 통고한 이상 이러한 극단적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모험노선을 중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남북한 간 신뢰 구축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고 더욱이 200만 kW의 전력 지원을 거부하기에는 북한의 에너지 사정이 너무 나쁘기 때문이다.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세 번째 선택지로는 6자회담에서 조건부 핵포기 선언을 하고 중대 제안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제공하는 경제 지원 등을 최대한 받지만, 핵포기의 전략적 결단은 스스로 하지 않는 선택이다. 국제사회에 대해서 핵을 포기한 것처럼 보여 주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해서든지 핵시설을 은폐하고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려는 선택이다. 우리의 전력 지원을 포함하여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체제 유지에 악용하는 선택이다.

우리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선택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큰 북한의 선택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국제사회가 경수로를 건설하고 중유를 제공하는 도중에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한 전력이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두 번 속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포기를 선언하더라도 철저한 사찰과 검증 과정을 거치도록 할 것이다.

이번 6자회담에서도 미국은 경제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검증 가능한 형태의 완전한 핵개발 포기를 북한에 요구할 것이 틀림없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중대 제안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역시 북한 당국이 실질적으로 핵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북한의 지도자가 이러한 결단을 내리는 데 우리의 중대 제안이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는 이번 6자회담에서 두고 보는 수밖에 없다.

김호섭 중앙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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