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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지배구조 대응 가는 길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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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지배구조 대응 가는 길이 달라”

입력 2005-07-13 03:10수정 2009-10-0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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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말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과 LG 등 주요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모아놓고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내용을 뼈대로 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강유식(姜庾植) ㈜LG 부회장은 공정위의 방침을 둘러싸고 ‘부드럽지만 뼈 있는’ 설전(舌戰)을 벌였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공정위 관계자는 “LG는 공정위 안에 대해 별 이의가 없었지만 삼성은 강력히 반대했다”면서 “같은 목소리를 낼 것으로 생각했던 둘의 의견이 크게 엇갈려 의외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1년 반이 지난 2005년 7월.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대한 삼성과 LG의 반응과 대처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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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느긋한 LG

지난해 10월 대기업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뼈대로 한 공정거래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을 즈음 삼성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입법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고등학교 동기는 물론 평소에는 연락도 않던 선배 등 ‘한번 만나자’는 삼성 사람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LG는 느긋했다. 오히려 뒷짐을 지고 관망하는 편이었다. 부실한 카드회사에서 손떼면서 금융 계열사를 모두 정리한데다 구조조정본부를 없애고 대신 지주회사를 출범시켰기 때문이었다.

㈜LG 고위관계자는 “대기업 정책의 골자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것인데 지주회사를 만든 LG로선 별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이 에버랜드를 주축으로 대주주와 삼성전자 삼성생명 간에 얽히고설킨 복잡한 지배구조인 반면, LG는 지주회사를 만들어 대주주의 지분을 정리한데다 ‘애물단지’인 금융업에서 철수하면서 공정위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게 된 것.

이동규(李東揆) 공정위 정책국장은 “LG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보조를 맞추지 않는 것도 굳이 삼성과 같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삼성, “왜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에 관여하나?”

삼성은 지난해 국회에서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면서 ‘정면 승부’ 카드를 던졌다.

삼성 구조본의 한 임원은 “공정거래법과 금융산업구조개선법 등 대기업 정책의 상당 부분이 삼성을 노리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주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지나친 간여”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불신과 위기의식 때문이다.

새 법에 따라 금융계열사 의결권을 현재의 30%에서 향후 3년간 15%까지로 제한하면 삼성은 15조 원에 이르는 의결권 손실을 보게 된다.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지만 대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팔지 않는 한 현금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삼성이 부담을 무릅쓰고 헌법소원을 낸 것도 핵심 대기업 정책에 대해 법률적 판단을 구해 유사한 ‘삼성 옥죄기’ 시도를 견제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많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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