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선승혜/학생을 스승이라 부른 교수님

  • 입력 2005년 7월 12일 0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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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이용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하려는 친구가 많다. 한 친구가 “신청하려면 지도교수 추천서를 내야 하는데 지금까지 지도교수를 찾아가 본 일이 없다”며 “방학 중에 불쑥 찾아가 추천서를 써달라고 하기가 너무 난감하다”고 말했다. 걱정하는 친구에게 “찾아가면 잘 대해 주실 거야”라고 안심을 시켰지만, 나 역시 교수님을 어려워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친구의 걱정이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스승의 날 즈음의 수업시간이었다. 교수님은 수업 종료 10분가량을 남기고 분필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일찍 끝나나 싶어 주섬주섬 가방을 싸고 있는데 교수님은 “돌아오는 일요일이 스승의 날”이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무슨 의미일까’하고 놀라서 교수님을 쳐다봤다.

“나는 이 자리에 서서 여러분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내가 여러분에게 공급하는 지식보다 여러분에게서 인생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내가 여러분의 스승이 아니라 여러분이 나의 스승인 것입니다. 저는 오늘을 빌려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교수님은 수줍게 말을 마치시더니 대표로 한 학생을 불러 꽃을 건네주시고는 합장하듯 두 손을 모아 깍듯이 절을 했다. 학생들은 우레 같은 박수로 대답을 대신했다.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박수였을까.

대학에서 교수 직위가 가져다주는 권위는 매우 크다. 선생과 학생이라는 상하 관계에서 나오는 권위에 압도돼 많은 학생이 교수를 어려워한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이라고 느낄 때도 많다. 때문에 학생들은 교수님 찾아가기를 꺼린다. 수업시간에 강의 내용에 이견이 있어도 표현하고 토론하기를 꺼린다.

자신을 낮추고 학생들에게 다가오는 교수님이 한 분 한 분 늘어났으면 좋겠다. 학생들 역시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인생의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교수님을 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승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3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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