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民生 외면한 권력게임 그만두라

  • 입력 2005년 7월 1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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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어제 “국회가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합의해 만들면, 야당에 국무총리 지명권과 내각제 수준의 권력을 이양하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聯政) 구상과 연결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문 의장의 발언에는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정치게임, 권력게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략(政略)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여권은 탄핵 역풍 덕에 여대야소(與大野小)가 됐을 때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다가 유권자의 ‘재·보선 심판’에 따라 과반 의석이 무너지자 연정론을 내걸고, 야당들에 ‘미끼’를 던져 이를 현실화하려는 것은 여야 간 대화와 타협으로 민생정치를 이끌어 달라는 민의(民意)를 왜곡하는 것이다.

현실성도 없다. 당장 한나라당은 “민생과 동떨어진 얘기”라며 문 의장의 제의를 거부했다. 연정론으로 한나라당 내의 분란을 부채질할 의도가 있다면 저질 꼼수다. 다른 야당과의 연정도 명분(名分)이 약하다. 민주당과의 연정은 오히려 동서(東西) 지역주의를 다시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 민주노동당과의 연정은 정강정책의 현저한 괴리를 감안할 때 자칫 정권 정체성(正體性)의 문제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연정 파트너로 중부권 지역신당 세력을 염두에 둔다면 이 또한 지역주의를 악화시키는 정치행태가 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연정론으로 나라를 시끄럽게 할 때가 아니다. 여당 지도부가 민생투어에 나서 재래시장을 찾았을 때 상인들은 “먹고살기도 힘든데 연정이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했다. 이 항변 속에 다수 국민의 마음이 들어 있다고 우리는 본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대로 더 추락하는 등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안보 교육 등 다른 현안도 난기류에 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구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 국정 표류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여권은 당장 국면전환용 연정론을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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