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칼럼니스트 “알카에다, 이젠 테러의 프랜차이즈”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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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후 테러 근절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 덕분에 알 카에다의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알 카에다 지도부의 상당수는 체포되거나 살해됐다. 알 카에다의 자금거래와 무기 공급 체계도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알 카에다를 표방한 이슬람 젊은이들의 테러 공격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카에다 정신’이 여전히 이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런던 연쇄 폭탄 테러만 봐도 그렇다. 알 카에다는 전 세계적인 ‘프랜차이즈’가 된 것이다. 이를 근절하려는 노력은 불완전한 성공을 거두었고,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테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발리, 마드리드, 런던에서 테러 공격을 감행하는 젊은이들은 알 카에다의 조직원도 아니고 오사마 빈 라덴 아래에서 훈련을 받은 적도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테러를 알 카에다의 이름 아래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영국은 유명한 테러리스트들을 대거 체포한 후 테러 경계 강도를 낮췄다. 이에 따라 테러 공격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해외 교신망 감시도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 내 이슬람 급진단체들은 해외까지 연락을 주고받을 필요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알 카에다의 지시를 받았다기보다는, 알 카에다를 모방하고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테러를 감행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영국의 대(對)테러 능력이 비난받고 있지만 사실 영국은 테러를 방지하는 데 큰 성공을 거둔 나라다. 지난해 3월 영국 경찰은 폭탄을 지닌 파키스탄계 영국인 용의자 8명을 체포했으며 8월에는 금융기관을 노린 알 카에다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런던의 금융기관들은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정보기관은 런던에서 9·11테러와 비슷한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고 아프가니스탄의 알 카에다 훈련지에서 이와 관련된 핸드북이 발견됐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을 보면 영국 정보기관이 해외와 직접 연결된 테러계획을 식별해 내는 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영국 내에서 테러를 계획하는 지하드 요원들을 찾아내는 데는 별다른 성공을 이뤄 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런던 연쇄 폭탄 테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국 내에서 활동하는 테러분자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시다발적인 폭발은 영국에서 오래 거주한 자만이 세울 수 있는 치밀한 계획이다. 테러 용의자들의 해외교신을 감시하는 정보기관은 이번 테러에 대한 아무런 사전정보도 없었다고 한다.

영국 내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테러분자들의 기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물론 런던 이슬람 커뮤니티에 숨어 있는 테러분자를 색출해 내려면 법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이게 바로 런던과 전 세계 도시들의 대테러 요원들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알 카에다 조직이 약해져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알 카에다는 이전의 조직으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다른 테러리스트들을 자극해서 해 내고 있는 것이다. 9·11테러 이후 열심히 테러와 싸워 온 영국 정부를 비난하긴 어렵다. 알 카에다가 4년 전보다 훨씬 약해진 데는 영국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영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알 카에다 조직’이 약해진 것이 ‘알 카에다 정신’이 약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 기사의 정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유경(미국 웨슬리언대)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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