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8월부터 브랜드 확 줄인다

  • 입력 2005년 7월 4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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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채는 왜 없죠? 클레나는 어느 회사 제품인가요?”

LG전자의 직영매장인 하이플라자를 방문한 고객들은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진다.

경쟁사인 위니아만도의 김치냉장고(딤채)를 찾는가 하면 정작 LG전자가 새로 내놓은 공기청정기(클레나)는 중소기업 제품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다. ‘가전 분야 국내 1위’를 자부하는 LG전자로서는 자존심이 무너지는 일이다.

이는 LG전자의 브랜드 전략 실패에서 비롯됐다. 최근 LG전자는 브랜드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지나치게 많던 브랜드를 핵심 브랜드로 통합해 소비자의 혼란을 막고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1998년부터 가전 브랜드를 통합해 고가(高價) 및 프리미엄 이미지를 추구한 것과 같은 방향이기도 하다.

○ 브랜드 수를 줄여라

LG전자는 8월 1일부터 가전제품 브랜드를 한데 묶는다.

김치냉장고(김장독) 식기세척기(스톰) 광파오븐(솔라돔) 등 주방제품은 프리미엄급 냉장고 브랜드인 ‘디오스’로 통합한다. 공기를 다루는 제품인 클레나(공기청정기)는 고급 에어컨 브랜드 ‘휘센’에 포함시킨다.

트롬(드럼세탁기)과 엑스캔버스(대형 TV) 등 인지도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 브랜드는 남겨두지만 저가(低價)의 보급형 제품은 모두 ‘LG’ 브랜드로 단일화한다.

LG전자는 그동안 디오스, 휘센, 트롬 등이 잇따라 성공하자 개별 브랜드를 내놓아도 승산이 있다고 오판해 비(非)주력 제품까지 개별 브랜드로 팔아 왔다.

그 결과 주력 프리미엄 브랜드에 집중돼야 할 노력과 비용과 분산됐고 소비자가 “이게 LG 제품 맞나요”라고 묻는 상황까지 생겼다.

○ 통합브랜드 관리는 삼성이 먼저

반면 삼성전자는 한참 앞선 1998년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를 시작했다. 수입 양문형 냉장고가 시장을 휩쓸던 1997년 12월 ‘지펠’이라는 고급 냉장고 브랜드를 내놓아 성공을 거뒀다.

이후 삼성전자는 2002년 8월 김치냉장고와 드럼세탁기를 통합해 ‘하우젠’ 브랜드로 팔면서 ‘가전제품=인테리어’라는 고급 이미지를 남기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지자 2003년 1월에는 하우젠 브랜드를 고급 에어컨으로까지 확장했다.

○ LG전자의 실험은 성공할까

LG전자의 브랜드 통합계획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가전제품 브랜드 수를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기존 브랜드에 개별 브랜드를 통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달주(文達周) 오리콤 브랜드연구소장은 “LG전자의 브랜드 통합으로 삼성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던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겠지만 LG전자의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디오스 등)에 1등이 아닌 브랜드를 합치는 것은 모험”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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