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만 콕 ‘은둔형 외톨이’ 전국 10만명

  • 입력 2005년 5월 31일 1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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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이하 가명·47) 씨는 9년 전 성폭행을 당할 뻔했던 그 날 이후 사람이 무서워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체중이 80㎏에 달하는 김혜림(28) 씨도 3년 전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부터 자기 방에서 나온 적이 없다. 김씨를 끌어내기 위해 지방에 사는 친척들까지 동원됐지만 소용이 없었다. 방안의 집기를 던지며 나가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로 저항하는 김씨. 이젠 식구들도 지쳐서 포기했다.

이태성(36) 씨는 군대에서 고참에게 폭행을 당한 후 탈영했다가 군 교도소를 다녀온 뒤부터 13년째 방에만 틀어 박혀 운동 기구로 몸을 단련하고 있다. 이씨는 집 창문을 쇠창살로 막고 산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지난 4월 방 안에만 머물러 일체의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은둔형 외톨이’의 실태를 집중조명해 시청자들로부터 반향을 일으켰던 KBS 2TV ‘추적60분’(오후 11시 15분)이 오는 1일 2편을 방송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70년대 이후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처럼 3~6개월 이상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에도 이런 사람들이 10만명 이상 있다고 추산한다.

은둔형 외톨이의 평균 은둔 기간은 3.98년, 평균 연령은 26.7세다. 일찍부터 이 문제가 사회이슈가 된 일본(기간 4년, 연령 27세)과 비슷한 추세다.

연령별로는 전체64명 중 10대가 9명, 20대 34명, 30대 10명이다. 이런 결과는 은둔형 외톨이가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은둔형 외톨이 중 부모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전체의 33%에 달했다. 이들은 자신이 외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부모의 과잉간섭, 인터넷게임 중독, 직장 문제 순으로 꼽았다.

제작진은 “은둔형 외톨이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한국 사회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다수의 ‘은둔형 외톨이’를 세상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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