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부츠, 아! 옛날이여…상업주의 문화 빠르게 도입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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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 근교 간슈무엘 키부츠의 1970년대 모습(왼쪽)과 최근 모습. 몇 년 전 키부츠 내에 미국 소비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맥도널드가 등장했다. 사진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이스라엘 텔아비브 근교 간슈무엘 키부츠의 1970년대 모습(왼쪽)과 최근 모습. 몇 년 전 키부츠 내에 미국 소비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맥도널드가 등장했다. 사진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100년 가까이 집단노동, 공동소유라는 사회주의적 생활 방식을 고수해 온 키부츠가 자본주의식 사유재산 제도와 상업주의 문화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 보도했다.

다음 달 이스라엘 의회의 ‘키부츠 자산 사유화 법안’ 심의를 앞두고 이스라엘 사회가 시끄럽다. 이 법안은 키부츠 내 주택과 농토를 공동소유에서 사유재산 체제로 바꾸는 것.

이스라엘 중장년층은 키부츠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인 주택과 농토가 사유화될 경우 키부츠의 기본정신이 완전히 무너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키부츠의 재정난 타개를 위해 의회는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스라엘 전역의 270여 개 키부츠 중 90∼100개가 이미 파산했거나 파산 직전에 있을 정도로 재정난이 심각하다. 1948년 건국 후 키부츠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급성장했으나 1990년대 후반 주변 아랍국과의 갈등 격화로 국방예산이 크게 늘면서 지원금이 1970년대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키부츠를 떠나는 사람도 늘어 1990년대 초 13만 명에 이르렀던 거주인구는 최근 11만 명으로 떨어졌다.

키부츠의 위기 타개 방안은 외부인 대상의 사업. 관광객을 위한 휴양지로 변모하는가 하면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 사업을 벌이는 곳도 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하청공장을 세워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키부츠까지 나왔다. 부유층 고객을 위한 주말농장 사업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이다.

이렇게 수익사업이 늘면서 노동대금 지불 방식은 과거 평등한 배당금제에서 개별 월급제로 바뀌었다. 키부츠에는 맥도널드, 월마트 등 미국식 상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과거 키부츠에서 무상으로 제공받던 의료, 교육서비스와 생필품은 이제 유료가 됐다. 이스라엘 하이파대의 키부츠 전문가인 샬로모 게츠 사회학 교수는 “과거 부(富)를 드러내놓고 논하지 않던 이스라엘이 이제 이를 자랑하는 사회가 됐다”며 “키부츠가 자본주의형으로 변신하는 것도 이런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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