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색다른 체험학습]해외체험, 관광에서 문화로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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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자이살메르 지역에서 학생들이 낙타를 타고 쿠리름 사막 캠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 친구어린이 여행학교
인도의 자이살메르 지역에서 학생들이 낙타를 타고 쿠리름 사막 캠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 친구어린이 여행학교

“인도의 사막에 밤이 찾아왔다. 칠흑 같은 사막의 밤하늘에서 달과 별빛을 보며 북극성과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별자리를 찾았다. 침낭 안에서 별똥별이 떨어지길 기다리다 잠들었다. 별이 쏟아지는 꿈을 꾸고 나서 너무 황홀했다.” (경기 남양주시 광동중 3학년 김환희 양의 여행 메모)

지난 겨울방학 때 친구 20명과 한 달 동안 인도를 다녀온 김 양은 인도 여행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주요 역사 유적 탐방은 물론 사막 캠프, 현지 결혼식 참석, 현지인 집에서의 숙박 등 낯선 환경에서 색다른 문화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해외의 유명 유적지나 박물관을 탐방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이튼스쿨 학생들은 폴로, 크리켓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통해 몸과 정신을 단련한다. 사진 제공 더 캐슬러

부모들은 자녀의 경험의 폭을 넓혀주고 독립심을 길러주길 원한다. 요즘 들어 대입 전형이 다양해지고 해외 유학이 늘면서 자기소개서나 논술과 구술면접에 활용할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을 쌓기 위한 포석으로 ‘고급 체험’에 관심을 쏟는 열성 학부모들도 많다.

○ 미국 유럽 인도 중국 등 다양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 서구뿐 아니라 인도 중국 등 체험학습 대상 국가도 다양해지고 있다.

‘친구어린이 여행학교’는 방학 동안 ‘인도 1개월 배낭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명상, 요가, 인도 노래, 장터 옷 팔기, 시골마을 민박, 히말라야 트레킹 등을 경험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스스로 찍은 사진과 글을 묶어 책으로 펴낸다. 마지막 도시에서는 혼자서 숙박, 식사, 교통, 관광을 해결하는 코스도 있다. 참가비는 357만 원.

이 학교 임충규 대표는 “과보호 속에 자란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성숙해지고 견문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꿈나무 미래학교’는 방학기간 중 7박 8일 일정으로 중국에서 ‘실크로드 문명 대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진나라 진시황릉 등 다양한 역사 유적과 고비사막 탐방 등 다양한 체험 기회가 있다. 한 팀이 45명이며 부모나 가족도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 169만 원.

고구려연구회 서길수(徐吉洙·서경대 교수) 회장은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보다 역사의 현장에 직접 가보면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며 “어릴 때 이런 경험은 일생을 살면서 큰 자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정영순(43·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등산을 싫어했던 딸이 해외 여행을 다녀온 뒤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어 최근에는 지리산 종주까지 해냈다”며 “중요한 시기에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이튼스쿨 ‘귀족 체험’도 인기

영국의 명문 이튼스쿨이 ‘이튼여름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할 한국 학생 10명을 처음 모집했는데 1650만 원이나 되는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크게 몰렸다.

3주짜리 코스이지만 이튼스쿨 기숙사에 머물면서 수업을 받는 외에 전 일정 동안 이튼스쿨의 교수진이 학생 생활을 직접 엄격하게 교육한다는 것이다.

영국 영어는 물론 폴로, 크리켓 등 귀족 스포츠, 영국 귀족의 매너 그리고 셰익스피어 생가 방문, 윈저 성 탐방, 오페라 관람 등 영국 문화도 배운다.

이튼스쿨 한국지부인 ‘더 캐슬러’ 측은 “본교 관계자가 직접 방한해 영어실력 평가 등을 거쳐 엄격하게 선발한다”며 “이튼스쿨 입학 희망자는 이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럽 각국 박물관 탐방 등 역사문화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청소년국토순례단은 ‘유럽 6개국 문화체험 일주 대장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세계 3대 박물관인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바티칸박물관을 비롯해 유럽의 중세 유적지를 돌아본다. 일기쓰기와 융프라우 산악 등정기 등 기행문 쓰기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참가비는 초등학생 120만 원, 중고생 290만 원.

순례단 관계자는 “세계 박물관 탐방은 세계사 이해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나라 역사에도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미국도 ‘맞춤 체험’ 인기▼

미국에서도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입학을 위한 입시관리와 체험학습을 도와주는 컨설팅 회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비 와이즈 LLC’라는 컨설팅회사는 2년 동안 2만4000달러(약 2400만 원)를 받고 아이비리그 대학 지망생에게 여름방학 활동, 자원봉사 스케줄을 짜주는 등 각종 입학 상담을 해준다.

멕시코 시골마을에서의 도예 강습과 스페인어 강의 10주, 세계적으로 이름난 박물관이나 금융기관 실무경험 프로그램도 주선한다.

이는 다방면에서 뛰어나고 독특한 경험을 한 신입생을 요구하는 명문대 입학을 위한 ‘프로필 관리’다.

미국 명문대들이 대입 사정에서 학교성적, SAT 점수, 에세이, 추천서 외에도 특별활동을 중요시하면서 부유층들은 ‘색다른’ 체험 만들기에 열성이다.

세네갈에서 4주간 에이즈 환자 돕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제이미 코헨(16·미국 뉴욕) 양은 “세네갈에서 겪었던 일을 입학용 에세이에 쓰겠다”며 “이 경험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여행사 중에는 1회에 5000∼7000달러를 받고 남미 지역 원주민과 함께 여름을 보내는 프로그램이나 베트남에서 6주 동안 살며 10대에게 영어 가르치기, 집짓기, 자원봉사 의사 돕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많다.

▼ 체험학습 10계명▼

① 학교수업과 연계하면 더 효과적이다

② 체험 내용을 미리 파악하라

③ 이국 문화를 적극 받아들여라

④ 일기 등 체험 기록을 작성하라

⑤ 수집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라

⑥ 전문성 있는 기관을 골라라

⑦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라

⑧ 인내심과 판단력을 키워보라

⑨ 체력 관리에도 유념하라

⑩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가져라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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