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음성경찰서 ‘인권 유치장’ 화제

  • 입력 2005년 5월 26일 0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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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언젠가는 죄의 댓가를 치르고 사회에 복귀해 함께 생활할 사람이기에 그들의 인권도 소중합니다.”

충북 음성경찰서 유치장은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찰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

딱딱하고 폐쇄적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다. 벽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숫자로 표시하던 유치장 호실 명칭을 지역특산품(수박, 고추, 미백복숭아)으로 바꿨다.

유치장을 편안한 분위기로 바꾼 데는 이 경찰서 수사과 수사지원팀 조윤희(趙允熙·50) 경사의 노력이 담겨 있다.

조 경사는 유치인의 건강을 위해 사비(私費)를 들여 혈압계와 혈당계, 체온계를 구입해 비치했다.

3개의 유치장 벽면을 기존의 우중충한 회색이 아닌 농작물을 수확하는 그림으로 채웠고 천장에는 샹들리에 전등을 달아 아늑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여성유치인 전용 유치장에는 소변볼 때 시냇물 소리가 나는 ‘에티켓벨’을 설치하고 여성용품(생리대)을 비치했다.

조 경사는 유치장에서 시간을 보낸 여성이 대소변을 볼 때, 그리고 생리기간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해 곤혹스러웠다는 설문조사 내용을 인터넷에서 읽고 이 같이 개선했다.

지난달에는 경찰청 수사과에서 이를 견학하고 전국의 모든 경찰서에 에티켓벨을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조 경사는 또 자살사건을 막기 위해 투명 강화아크릴판을 철창 안쪽에 대고 관내 기관단체를 상대로 ‘1인 1도서 기증운동을’ 벌여 500여 권의 책을 모았다.

면회객을 위해서는 경찰서 소관별 업무 및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명함형 안내문과 관내 지도, 구속자 가족이 알아야 할 안내서를 만들었다.

주변에서는 ‘죄 지은 사람을 위해 뭐 하러 그런 일을 하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조 경사의 생각은 다르다.

조 경사는 “한 때의 실수로 죄를 지었지만 그들은 우리 이웃이고 가족이므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죄를 뉘우치고 반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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