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대책’ 헛돈 펑펑…작년 33개 사업 5643억 지원

  • 입력 2005년 5월 25일 0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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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03년부터 ‘청년실업 종합대책’을 시행하면서 수천억 원대의 예산을 방만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이 24일 ‘고용안정화사업 집행실태’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는 청년실업과 관련이 없는 엉뚱한 곳에 청년실업대책 예산을 지원하고, 종합적인 인력수급 전망 없이 부처별로 제각각 사업을 추진해 업무 혼선을 빚었다. 또 고용안정센터 등 취업알선기관의 도덕적 해이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줄줄 샌 단기 일자리 제공 사업=지난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정부는 모두 33개 사업에 5643억 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 중 18개 사업은 효율성이 낮거나 아예 시행이 불가능한 문제가 있어 해당 부처에 개선이나 재검토를 권고·통보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청년실업자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인턴 1인당 월 60만 원을 3개월간 지원하는 취업지원제도와 관련하여 지난해 519개 업체가 인턴 1127명을 채용하고 정부로부터 10억여 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 업체들은 같은 기간에 기존 근로자 1234명을 해고했다.

청소년에게 직장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의 ‘청소년 직장체험프로그램’의 경우 외식업소 서빙 요원도 직업연수 대상 직종으로 분류됐다. 이 규정을 이용해 한국피자헛㈜ 등 대형 외식업소들이 아르바이트 학생 360명을 채용하고 나랏돈 3억여 원을 받았다.

▽종합적인 중장기 인력 전망 없어=각 부처가 산업별로 중장기 인력 수요를 전망해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기본계획의 경우 38개 중 8개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만들어진 계획도 부처마다 인력 전망이 제각각 달랐다. 정보기술(IT) 분야 인력은 정부 전망과 실제 수요가 정반대로 나타나 정부가 전공자들의 실업을 도운 셈이 됐다. 2002년 정보통신부는 2006년까지 이 분야 전문 인력이 9만9328명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양성정책을 폈다. 그러나 2002년 IT 관련학과 졸업생 수는 12만 명이었던 데 비해 2003년 산업체 채용인력은 2만 명에 불과했다.

▽취업알선기관들의 도덕적 해이 심각=전국 99개 고용안정센터는 2003년 ‘고용안정인프라 확충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시설 기준 없이 대형 청사를 확보하는 데만 주력했다. 그 결과 구인·구직 정보 제공을 주 임무로 하는 고용안정센터 청사들이 과도하게 커졌다.

대구종합고용센터는 직원 62명이 연면적 5809m²인 10층짜리 청사를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강남종합센터는 지난해 서울지하철 역삼역 인근에 위치한 2109m² 규모의 건물을 133억 원에 매입해 직원 78명이 쓰고 있다. 직업훈련기관은 대부분 입학생 수가 정원에 못 미치고 탈락률이 높아 구조조정이 시급한데도 방만하게 운영되는 점이 지적됐다. 감사원은 “현재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는 상황이므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제조업보다 고용 효과가 높은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성장동력 산업을 키워 경제성장률 자체를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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