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탄핵복귀 1년 뭐가 달라졌나

  • 입력 2005년 5월 14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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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3일 참모들로부터 밀린 보고를 받는 등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날이 ‘몸통’ 쪽을 향해 급피치를 올리고 있고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 발표까지 겹쳐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처지에 몰려 있는 모습이다. 4·30 재·보선에서는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완패해 국회 과반선이 무너졌고 50% 선 가까이 회복됐던 노 대통령의 지지도 역시 다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칫하면 꼭 1년 전인 지난해 5월 1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리기 이전의 어려웠던 상황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피곤한’ 국내 정치문제는 총리에게=대통령 직무에 복귀한 이후 1년 동안 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 1년과는 다른 국정운영의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8월부터 ‘책임장관제’를 골간으로 한 분권형 국정운영 실험에 나섰고,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국내 정치현안에 직접 나서는 일은 피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직설적인 언사도 줄어들었다. 취임 초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강조했던 노 대통령은 지난해 말 ‘건강한 협력관계’를 언급했고, 지난달 25일 국정홍보처 업무보고에서는 언론과 권력의 관계를 ‘건설적인 경쟁관계’로 새롭게 규정했다.

그러나 외교 분야에서는 ‘얼굴을 붉히더라도 할 말을 하겠다’는 이른바 자주외교 노선을 더욱 강화하면서 한미동맹이 균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또한 올해 제기한 ‘동북아 균형자론’이 비판을 받자 지난달 16일 터키 동포간담회에서 “유식한 한국 국민 중에 미국사람보다 더 친미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며 특유의 공격적 언사를 재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과거청산형에서 미래지향형으로=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달라졌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던 2003년 후반기에는 ‘구시대의 막차’론을 펴면서 과거의 정치양태를 청산하는 역할에 집착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는 선진 한국을 구호로 내걸면서 ‘톨게이트’론을 폈다. 올해 1월 5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노 대통령은 “다음 정권 첫해(2008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깃발을 달고 선진국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선진국과 중진국의 톨게이트에서 한국호 자동차 키를 넘겨주겠다”고 말했다.

양극화 현상의 극복을 강조하기 위해 군대의 행군 때 뒤에 처진 병사를 독려하는 역할에 빗댄 ‘인사계 대통령’, 정부 혁신을 위해 조그만 시스템 개혁에도 직접 나서겠다는 ‘과장급 대통령’이란 말도 만들어냈다.

▽노 대통령 변화의 촉발제는=무엇보다 지난해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를 거둔 데 따른 정치 환경의 변화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과반의석의 확보로 국정의 주도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못지않게 지난해 하반기 39일간에 걸친 해외순방도 노 대통령의 인식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다. 노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에 “기업이 바로 나라다”, “기업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며 기업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재계는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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