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치영]재경부 정책홍보 ‘나몰라라’

  • 입력 2005년 5월 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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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5·4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4일 오후 6시 반경 재정경제부 기자실.

재경부가 ‘던져 준’ 발표 자료를 받아 든 기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가구2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 ‘재산세 등 보유세를 2008년까지 두 배로 인상’, ‘상가 빌딩 등에 대한 재산세 인상’….

하나같이 국민의 재산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대책이었다.

이처럼 중요한 정책인데도 이날 재경부가 보여 준 무성의한 태도는 과연 정책홍보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했다.

기자들은 이날 오전 재경부에 ‘보도시점을 명시해 자료를 미리 배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경부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어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끝난 후 배포하겠다’며 거부했다.

재경부는 또 자료 배포와 함께 세제실장이 설명을 하겠다고 했지만 설명회도 열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했던 세제실장이 길이 막혀 과천청사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게 설명회 취소 이유였다.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그때서야 A 과장이 기자실에 내려왔다. A 과장은 10여 분간 배포한 자료를 읽었을 뿐이다.

궁금증을 풀지 못한 기자들이 실·국장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지만 통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자는 세제실장, 담당 국장, 과장 등 5명의 실무자들에게 1시간 넘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중 3명은 아예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민간 부동산 전문가와 세무사들에게 의존해 취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신문을 받아든 독자들은 당장 내년에 재산세는 얼마나 오르는지, 1가구2주택 보유자는 예외 없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세를 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재경부는 최근 정책 홍보를 강화한다며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도 개편했다. 하지만 하드웨어만 갖춘다고 정책 홍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정책일수록 국민의 동의와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렇게 불성실한 태도로는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신치영 경제부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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