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선거戰 벌이며 ‘정치개혁’ 운운하나

  • 입력 2005년 4월 28일 2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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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당은 ‘정치개혁, 선거혁명’을 수없이 외쳐 왔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변하지 않는 구태(舊態)의 본색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뜨내기 장사꾼이 미끼 던지듯이 허황된 공약으로 민심을 현혹하는 득표 운동이 정치개혁이요, 선거혁명이란 말인가. 그래도 우리 정치에 희망이 있음을 현장에서 보여 줘야 할 ‘책임 있는 여야 지도부’가 저질행태의 선봉에 서고 있으니 이 나라 정치의 미래에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경북 영천에서 열린우리당은 5년간 10조 원을 끌어 와 기업도시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인구 10만 명의 도시에 10조 원이면 주민 1인당 1억 원꼴이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영천지역 200만 평에 인구 10만 명 규모의 전원형 미래도시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영천시는 올해 기업도시 유치를 추진했으나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없어 신청도 못한 실정이다. 한 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한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검토도 없이 ‘국민의 세금 부담’을 전제로 한 공약 경쟁을 벌이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하다. 이에 따른 국정의 왜곡과 후유증은 안중에도 없는가.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경기 성남 중원과 경북 영천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당장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을 시키겠다고 했다. 도대체 국회 건교위원장 자리가 몇 개란 말인가. 현직 국회 건교위원장은 충남 공주-연기에서 “시가(時價) 이상으로 토지보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토지보상을 하면서 국토개발을 할 자신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여당이 충남 아산을 지나는 고속도로를 1개 뚫겠다고 하자 한나라당은 2개라고 한술 더 떴다. 박근혜 대표는 영천에서 “내 얼굴을 봐서라도” 야당 후보를 찍어 달라고 했다. 전형적인 지역주의 부추기기다.

유권자에게 돈 봉투 돌리고 식사 대접하는 것이 작은 부정이라면 ‘믿거나 말거나’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더 큰 ‘돈 선거’다. 당신들은 국민에게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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