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몸과 선언이 따로 노는 ‘국회의원 윤리’

  • 입력 2005년 4월 27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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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국회 윤리특위는 입과 몸이 따로 노는 의원들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국회의원 윤리선언’을 채택하는 자리였는데 선언과 배치되는 지각, 결석, 이석(離席) 사태가 예사로이 벌어진 것이다. ‘회의에 반드시 출석하고, 회의 시간을 엄수하며, 회의 중 자리 이동을 자제한다’는 선언문이 무색한 광경이었다.

이날 채택된 의원 윤리선언에는 야유·조소·모욕적 언동의 자제, 물리적 의사진행 방해 배격, 부당한 영향력 행사 근절 등도 담겨 있다. 하지만 솔직히 기대보다 회의(懷疑)가 크다. 그동안에도 이런 식의 다짐이 몇 차례 있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16대 국회 때도 폭언과 야유를 하지 않겠다며 ‘노 샤우팅(No Shouting) 헌장’을 제정했지만 얼마 안 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개혁 국회’라는 17대 국회도 달라진 게 없다. 본회의건 상임위건 몸싸움이 예사인 데다 지각 의원이 많아 회의가 늦게 시작되거나 정족수를 못 채워 회의 자체가 무산되기 일쑤다. 카메라 등 언론의 눈길이 사라지면 슬며시 자리를 뜨는 의원도 많다.

현재 진행 중인 4·30 재·보선전(戰)은 의원 윤리선언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경기 성남 중원과 충남 아산 지역에서 돈 봉투를 돌리다 적발되는 등 벌써 30명 가까이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문제는 이 같은 탈·불법의 중심에 의원들이 있다는 점이다.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해 혼탁·과열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총선에서의 불법이 원인이 돼 치러지는 재·보선에서 또 불법이라니 ‘당리당략(黨利黨略)보다 국가와 국민을 우선한다’는 윤리선언이 코미디 같다.

윤리특위 자체가 있는 듯 마는 듯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17대 국회 들어 ‘공개회의 경고’ 이외에 단 한번도 징계다운 징계를 내린 일이 없다. 그런 특위가 만든 의원 윤리선언에 무슨 공명(共鳴)이 있겠는가. 윤리선언을 지키지 않을 바엔 차라리 선언문을 만드느라 썼던 회의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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