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유증 키울 전쟁式 재건축 대응

  • 입력 2005년 4월 26일 2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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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강남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범의 하나로 보는 재건축시장의 높은 분양가를 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투입해 전쟁에 돌입한 양상이다. 건설교통부는 실태조사를 벌여 법적 하자가 발견되면 재건축 허가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대포’를 쏘고 있다. 경찰은 재건축 조합 비리에 대한 일제 조사에 들어갔다.

이렇게 전방위로 압박을 하면 일단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재건축시장의 과열을 식히는 단기적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생활 여건이 우월한 강남에 대한 선호가 사라지지 않는 한 수요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뻔하다. 장기적으로 오히려 수급 불균형이 심해져 강남 집값의 상승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정부 대책에는 시장원리에 순응해 공급을 늘리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 빠져 있다. 강남에서는 재건축과 저층 중층 아파트의 고층화 외에는 달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

정부는 교육정책마저 강남 집값 잡기에 동원하고 있다. 내신 위주로 치르겠다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도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새 대입제도는 학교를 ‘너 밟고, 나 올라가기’의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인성(人性)의 황폐화를 부르고 특수목적고를 고사(枯死)시킬 우려도 있다. 집값 잡으려다 교육 잡고 학생 잡을 판이다.

행정수도 이전도 강남 불패(不敗)신화를 연장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행정수도를 이전하더라도 가족을 서울에 두고 단신(單身) 부임하겠다는 공무원이 많다. 이렇게 되면 충청권 행정수도에서 가까운 강남권과 경기 성남시 분당 등의 인기가 더 올라갈 것이다.

‘강남 때려잡기’의 전시(展示)효과와 눈앞의 실적에 급급한 대증요법은 시간이 지난 뒤 실효(實效)보다 몇 배나 큰 부작용과 후유증을 남길 우려가 높다. 경찰력과 교육정책까지 동원해 문제를 키우기보다는 시장원리에 주택시장을 맡겨 두고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대책에 힘쓰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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