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보자” 전세계서 35만 인파

  • 입력 2005년 4월 24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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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베네딕토 16세의 즉위미사는 로마 가톨릭 초대 교회의 전통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즉위미사에는 교황의 고국 독일에서 온 10만 명을 비롯해 약 35만 명에 이르는 축하 인파가 몰렸고 이 중에는 교황의 친형인 게오르그 라칭거(81) 신부도 있었다.

▽초대 교회의 재현=베네딕토 16세는 미사 전에 전임 요한 바오로 2세가 안장된 성 베드로 성당 지하무덤을 찾았다.

황금색 성직복을 입고 주교장(主敎杖)을 짚은 베네딕토 16세는 미사 시작 한 시간 뒤 흰 양털로 짠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페스카토리오)를 전해 받았다. 11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교황의 상징물품들이다.


이어 칠레의 호르헤 아르투로 메디나 에스테베스 추기경이 베네딕토 16세의 어깨에 팔리움을 두르고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행을 상징하는 3개의 황금 핀으로 팔리움을 고정했다. 영대(領帶) 수여식이다. 김수환(金壽煥) 추기경도 이 의식에 참여했다.

그 다음 교황청 국무장관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이 어부의 반지가 담긴 쟁반을 건넸고 베네딕토 16세는 오른손에 이 반지를 끼었다. 그리고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12명이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반지에 입을 맞추며 순종을 맹세했다.

▽축하 인파=36개국 정상을 비롯해 140개국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교황의 조국인 독일에서는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직접 참석해 ‘독일 출신 교황’의 즉위를 축하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연방 하원의원 21명과 함께 참석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교황권위 상징 팔리움(양털 띠) 두르고 어부의 반지 끼고…▼

24일 즉위미사에서 베네딕토 16세가 받은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사진)는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표적 물품으로 꼽힌다.

▽팔리움=교황과 대주교가 자신의 명예와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제의(祭衣) 위에 걸치는 양털 띠를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길 잃은 어린 양을 찾아 어깨에 짊어졌던 것을 상징한다.

이날 베네딕토 16세가 받은 팔리움은 대주교의 것보다 더 길고 폭도 넓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뜻하는 5개의 붉은색 십자가가 새겨져 있다. 팔리움은 또 3개의 황금 핀으로 고정돼 있다. 십자가에 박힌 못을 상징한다. 끝부분의 검은색은 어린 양의 발굽을 뜻한다.

팔리움은 로마의 토레 데 스페키 수도원이 매년 성녀 아녜스 축일에 사용하는 어린 양의 털로 만든다.

▽어부의 반지=성 베드로가 그물을 던지는 그림과 교황의 이름이 라틴어로 새겨진 황금반지를 말한다. 교황이 어부였던 성 베드로의 후계자라는 점 때문에 ‘어부의 반지(페스카토리오)’라고 불린다.

1265년 교황 클레멘스 4세의 서한에서 이 반지가 처음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더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교황은 공문서를 봉인할 때 이 반지를 사용했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부터는 인장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교황을 알현하는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이 반지에 입을 맞춘다.

이 어부의 반지는 즉위미사 이틀 전 로마의 금세공사협회가 베네딕토 16세의 손가락 크기에 맞춰 만들었다.

교황의 서거 때 반지를 부수는 것은 이 반지가 교황의 품위와 관할권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교황의 권위가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다. 은 망치로 반지를 부순 뒤 관 속에 넣는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교황 강론 주요 내용▼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4일 즉위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한 무리의 양 떼에는 한 명의 목자가 필요하다”며 기독교계의 단합을 촉구했다.

다음은 강론의 주요 내용.

“나는 진정으로 모든 인간 능력의 한계를 초월하는 위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신의 나약한 일꾼이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여러분에게 약속했던 기독교계의 단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한 무리의 양 떼에 한 명의 목자가 있게 하자.”

“나의 진정한 통치 계획은 내 의지대로 행하거나 개인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회들과 함께 신과 세계의 의지를 듣는 것이다.”

“세상에는 배고픔과 목마름, 포기, 외로움, 파괴된 사랑의 사막 등 수많은 사막이 있다.”

“세상의 모든 보석들은 더 이상 모든 이들이 살 ‘신의 정원’을 짓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착취와 파괴의 힘들에 기여해 왔다. 현대인들은 오로지 신에게 의지함으로써 자신들이 말하는 고통과 죽음의 소금물과 빛이 없는 암흑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스도가 우리 삶으로 들어오시게 허용한다면 우리는 삶을 자유롭고 아름다우며 훌륭하게 만드는 그 어느 것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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