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유전 특검수용 시사]재보선 의식…논란 확산 진화나서

  • 입력 2005년 4월 19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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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9일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사업 투자 의혹사건에 대해 특검 수사 수용 의지를 밝힌 것은 문제가 발생하면 정면 돌파로 풀어온 전형적인 ‘노무현식 대응’이다.

노 대통령은 독일과 터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18일 이 사건이 여전히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는 것을 보고 ‘특검 수용 불사’ 방침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지난달 말경 감사원이 감사에 나선 뒤에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8일 검찰 수사 의뢰로 선회한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 의뢰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이 13일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야당의 공세가 조금도 가라앉지 않자 아예 특검 수용 불사 쪽으로 입장을 정리함으로써 의혹의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을 비롯한 측근인사들이 무관하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듯하다.

노 대통령은 취임한 해인 2003년에도 ‘대북송금 의혹사건’, ‘친인척 비리의혹사건’ 등 2차례 특검을 수용한 적이 있다. 실제로 2003년 하반기에 불거진 친인척 비리의혹사건은 결국 특검 수사까지 간 뒤에야 겨우 마무리됐던 경험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야당이 비생산적인 정치공세를 계속하고, 어차피 다음 수순이 특검일 바에는 더 논란을 벌이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노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의혹사건으로 다시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당이 과반 선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느냐를 가름할 4·30 재·보궐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점도 고려한 듯하다. 야당이 공세를 멈추지 않는 것도 결국은 재·보선을 염두에 둔 것인 만큼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 수사가 이뤄질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청와대나 열린우리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나서 그래도 미진하다면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뜻”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편 ‘선(先) 검찰수사, 후(後) 특검 도입 논의’ 입장을 갖고 있던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자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지 못해 적지 않게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가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난 뒤 오영식(吳泳食) 원내부대표를 통해 “당의 기본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추가 브리핑을 통해 “여당이 청와대를 방어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줄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노 대통령의 예상하지 못한 입장 표명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일단 특검을 받겠다고 밝혀 검찰 수사의 김을 빼 진상 파악이 어려워지게 한 뒤 국회에서 자연스레 특검법안이 부결되는 수순을 기다리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盧대통령, 油田투자 의혹 특검 수용시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9일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투자 의혹 사건과 관련해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도 수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그러나 여권이 ‘검찰 수사 결과 후 특검 수용’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선(先) 특검’을 고수하고 있어 실제 국회에서 여야가 특검법 도입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양측의 주장은 다분히 4·30 재·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 공방의 성격이 짙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 사람에 대해 야당이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특검 수사 등을 요구하면 이를 당당하게 수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라”고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고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일단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여야 간에 합의가 돼야 특검이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며 “당장 특검을 하자는 게 아니라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야당이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오영식(吳泳食) 원내부대표도 브리핑을 통해 “유전개발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거쳐서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면 언제든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게 당의 방침”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가 국민 여론에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특검을 수용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결정”이라며 “열린우리당도 청와대의 뜻을 받들어 야당이 낸 특검 법안을 원안대로 수용해 국민의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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