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쌀시장 개방 늦추는 대신 과일 쇠고기 등 대거 양보

  • 입력 2005년 4월 18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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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쌀 시장 개방 유예와 연계해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협상 대상국의 요구를 대거 수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쌀 협상 대상국과 부가 합의문을 작성하면서 ‘부가 합의 사항의 효력은 쌀 관세화 유예기간에만 유지된다’는 조건을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농림부가 국회의원들에게만 공개한 쌀 협상 인증 결과 원문에도 이 내용이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쌀과 다른 농축산물의 개방 협상을 분리해 대응했다는 농림부 설명과 달리 쌀 시장 개방 유예조건으로 다른 농축산물의 수입을 검토하거나 관세율을 인하하기로 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농림부 당국자도 “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와 맺은 부가 합의문에 합의 내용이 쌀과 연계된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인정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농림부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쌀과 다른 작물의 협상을 철저히 분리했지만 연말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자 시간에 쫓겨 협상 대상국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야4당의 농촌 출신 의원들은 정부가 부가 합의 내용을 미리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민을 기만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노동당 강기갑(姜基甲),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자민련 김낙성(金洛聖) 의원 등 야4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쌀 협상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초 세계무역기구(WTO) 검증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와의 부가 합의문 내용을 미리 공개했다면 다른 나라들도 일제히 요구조건을 들고 나왔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농림부가 처음부터 쌀 협상과 다른 농축산물 협상이 서로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이날 농림부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상임위에 공개한 WTO의 쌀 협상 인증 결과 원문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에 대해 사과, 배, 체리, 용안, 리치 등 5개 품목의 수입위험평가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북한 등지에 식량을 원조할 때 인도산 쌀 9만1210t(연간 9121t)과 이집트산 쌀 2만 t을 우선 구매하기로 했다. 한국은 수입위험평가 절차가 진행 중인 아르헨티나산 가금육은 6개월, 오렌지는 4개월 이내에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한국과 쌀 협상국의 부가 합의내용
협상 국가부가 합의내용
중국·사과, 배, 양벚 등에 대한 수입위험평가 실시
·조정관세 대상 품목 축소
아르헨티나·가금육, 오렌지, 쇠고기 수입위험평가 실시
캐나다·완두콩, 유채정제유 등 관세율 인하
인도·개방 유예기간 중 식량원조용 쌀 연간 9121t 구매
이집트·개방 유예기간 중 식량원조용 쌀 총 2만 t 구매
자료:농림부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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