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폐발행]신원확인없이 새돈으로 무제한 바꿔줘

  • 입력 2005년 4월 18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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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안팎의 관심이 위조 및 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단계적으로 발행하기로 한 새 지폐에 쏠리고 있다. 23년 만에 이뤄지는 ‘개혁’이라 적잖은 사회적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경제 생활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申龍相) 연구위원은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이나 고액권 발행과는 달리 새 지폐 발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신권과 구권 교환=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18일 “언제, 어디서나, 신원 확인 없이, 무제한 교환해 준다. 30년 뒤 장롱 속에서 구권을 발견해도 한은에서 바꿔준다”고 말했다.

새 지폐 발행으로 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일반인은 통상 구권을 예금하고 인출할 때 신권으로 받는 절차를 거쳐 손쉽게 화폐를 교환할 수 있다. 구권을 직접 은행에 가져가 신권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서울 명동 사채시장의 한 관계자는 “장롱 속에 거액을 쌓아 두고 있는 자산가들은 ‘무기명, 무제한 교환’ 원칙에도 불구하고 지폐 교환 과정에서 신분이 드러날까 봐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구권도 제한 없이 영구히 사용할 수 있지만 신권이 나오면 1년 안에 대부분 퇴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지폐 발행 비용은 얼마나=한은은 새 지폐 발행에 따른 비용을 총 4700억 원가량으로 추산했다.

새 은행권을 찍는 데 1900억 원, 현금자동지급기(CD)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교체에 2200억 원, 자동판매기를 바꾸는 데 580억 원 등이다.

한은은 각종 기기의 수명이 5년 정도로 길지 않은 데다 새 지폐 발행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비용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총재는 “당장 내년 상반기에 발행되는 5000원권은 CD나 ATM, 자동판매기 등에서 거의 쓰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도 3년 정도 된다”며 “생각보다 교체 비용은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는 “5년만 쓰고 CD, ATM을 교체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며 “아울러 현금계수기 등도 모두 바꿔야 해 부수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폐 크기 줄어들면…=현금 수송용 ‘007가방’에는 1만 원권 지폐가 몇 장이나 더 들어갈까.

새 1만 원권과 현재 1만 원권의 크기 차이는 보통 명함의 절반에 해당하는 2024mm²이지만 가방이나 박스에 들어가는 돈의 양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에서 측정한 결과 현금수송용 가방(가로 480mm, 세로 340mm, 높이 130mm)에는 500만 원이 더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 1만 원권은 7000장이 들어가는데 새 지폐는 7500장이 들어가는 것.

사과 박스(가로 510mm, 세로 340mm, 높이 280mm)에도 1000만 원 정도 더 들어가 2억1000만 원을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측정됐다. 화폐 크기가 작아져도 뇌물성 현금 운반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폐의 크기는 작아지지만 돈다발 한 줄이 더 들어가거나 한 칸을 더 쌓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어서 들어가는 돈의 양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폐가 작아지면 지갑의 크기도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LG패션 관계자는 “우선 크기가 작은 샘플을 만들어 시장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디자인이 좀 더 작고 앙증맞은 형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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