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자 “私設펀드 매물 싹쓸이”

  • 입력 2005년 4월 17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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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일대 재건축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을 제외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뚜렷한 안정세여서 2003년과 같은 전국적인 부동산 투자 열기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일대 재건축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을 제외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뚜렷한 안정세여서 2003년과 같은 전국적인 부동산 투자 열기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 이른바 ‘강남지역’의 집값이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네인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서울시 전체 아파트 값이 3.1% 오르는 동안 △강남구는 5.9% △강동구 7.3% △서초구 4.7% △송파구 7.6% 올랐다.

재건축아파트만 놓고 보면 상승곡선은 더욱 가팔라진다.

이 기간 재건축아파트 값 상승률은 △강남 13.9% △강동 16.8% △서초 8.2% △송파 18.6%에 이른다.

일부 아파트는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3년 10월 이전 수준을 넘어섰을 정도다.

건설교통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틈날 때마다 강남 집값 안정 의지를 밝혔음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최근 국세청과 검찰, 경찰 등이 나서서 전방위적으로 건설업체에 대한 옥죄기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 강남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다시 뛰는 강남 집값=강남구는 지난 한 주 동안 1% 이상 올랐다. 재건축 아파트만 보면 무려 2.53%가 올랐다.

조합설립 인가까지 마친 대치동 청실 1차 아파트 31평형의 경우 3000만 원이 오르면서 6억6000만∼7억 원선에 호가되고 있다.

압구정동 구 현대 1차 54평형도 13억∼14억 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아파트 일괄 분양과 아파트 초고층 재건축 불허 등의 내용을 담은 ‘2·17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2개월 동안 무려 2억 원이나 올랐다.

서초구도 지난 한 주 동안 1% 가량 오르면서 가격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우성1∼5차, 신동아 1차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서초동 우성1차 33평형의 경우 5000만 원이 오르면서 6억∼6억30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송파구와 강동구도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이 회수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아파트 거래건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건교부에 따르면 강남구는 1월 주택거래신고건수가 251건에 불과했으나 2월에 465건, 3월에 478건으로 늘어났다.

▽왜 이렇게 오르나=시중의 풍성한 투자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아파트에 투자해야 돈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 팽배해진 상태.

이 때문에 최근 수천억 원을 주무르는 사설 펀드가 부동산 시장을 헤집고 다니면서 매물을 사들이는 일도 있었다고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정부의 잇따른 주택시장 규제가 공급을 위축시킴에 따라 머잖아 수급 불안으로 인한 집값 폭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시간과 공간’의 한광호 사장은 “강남지역을 대체할 만한 공급 계획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급 불안을 가중시키는 정책이 계속되자 집을 팔려던 사람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여윳돈 투자자들이 강남 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혼란에 따라 정부 의지에 대한 신뢰성 상실도 영향을 미쳤다.

재산세 과세를 놓고 나타난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강력한 집값 안정 의지를 발표하더라도 실제 시행되기 어렵다거나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

▽다른 지역 확산은 없을 듯=최근의 추세가 다른 지역을 자극하고 전반적인 집값 상승을 이끄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집값 상승은 일단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네인즈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지역을 제외한 강서 구로 관악 양천구 등을 아우르는 강서지역과 성북구 도봉구 등을 포함하는 강북지역은 거의 제자리에 머물렀을 정도로 안정된 상태다. 즉 최근 시장 동향을 보면 재건축 추진 등과 같은 재료가 있는 지역만 가격이 오른 셈이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전반적인 수급상황도 좋은 편이다.

전세시장이 안정된 점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네인즈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서울지역 전세금은 0.01% 떨어졌다.

최근 매매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강남도 전세금은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을 정도.

하반기 이후 본격 시행될 정부 정책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그동안 언론 보도로만 접한 정부 대책이 실제 시행되면서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투자 환경이 달라지면 부동산에 대한 투자심리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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